<소설> 의식의 교각 (211)

봉두난발의 젊은 영국인이 아무 말 없이 서있고 채드위크가 그들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남자는 면도도 하지 않고 머리는 산발인 채 부은 얼굴에눈가에 둥그런 테가 드리워져 있다.

『아, 젊은이가 해리스죠?』

채드위크가 서로를 소개하며 말한다.

『이제 막 넘어와서 아직 적응이 안된 것 같구먼. 기분이 어떤가, 젊은이?』

『최고 컨디션은 아닙니다. 착륙에 좀 문제가 있었거든요. 매개변수가 잘못되었나 봅니다. 발 하나가 다른 쪽보다 짧게 나왔습니다.』

해리스는 슬리퍼를 신은채 어색하게 발을 질질 끈다.

『아, 그거야 잠시 있는 문제일 껄세.』

채드위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손님들 쪽으로 몸을 돌린다.

『들어오세요. 이리 들어와요.』

손을 마주 비비며 말한다.

『빅터, 고비 박사를 저쪽 방으로 모시겠나? 고맙네. 곧 그쪽으로 가겠네.

해리스, 시작하기 전에 잠깐 얘기 좀 할까?』

빅터가 고비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말 안들었나? 가자구.』

둘은 창문도 없는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고비는 주위를 둘러본다. 간이침대 하나에 책상과 의자 몇 개,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램프가 흔들거리고있다. 방 한 구석에는 간이 사우나같이 생긴 큰 상자가 하나 세워져 있다.

빅터 벨라스케스는 고비에게 총을 흔들며 명령한다.

『앉아라.』

고비는 곧 부서질 것 같은 의자에 앉아 실버체인을 한 얼굴의 남자를 바라본다. 그들은 곧 그를 죽일 것이다. 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막이 필요없는 사고 형태라고 할까.

빅터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실버체인이 잔물결치는 것처럼 살랑거린다.

『소설의 마지막 줄이지? 어느 누가 당신이 이런 돼지우리 같은 데서 죽을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총으로 방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라구. 갈 때가 되면 가는거지. 안 그렇소? 우리엄마 말씀도 그렇더라구.』

그러나 고비는 그를 읽어낸다. 작전을 쓸 시간이 된 것이다.

『엄마가 있어 본 적이 없잖소? 당신 문제는 바로 그거라구. 그렇지, 빅터? 아니 카를로스던가? 이름이 뭐든 그거야 별로 중요하지도 않지만.』

빅터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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