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191)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창가에 선다.

차분하게 옷자락에 놓여 있는 손에 부채가 들려 있다. 그녀의 눈은 창밖의무언가에 고정되어 있다.

고비는 일어선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힘이 하나도 안 들게 일어설 수있는 거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옷을 입고 있을까? 유키가 입힌 걸까? 어쨌든 상관없는 일이다. 편하고 잘 맞는 것 같다. 무엇이든 괜찮게만 느껴진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거울을 보니 일종의 헐겁고 틀이 없는 옷을 입고 있다. 흰색의 짧은 자켓에 검은색의 치마 같은 바지와 엄지 발가락만 나온 검정 타비 양말을 신고있다. 발에는 나무로 된 게타 신발이 신겨 있다.

고비는 창가의 유키에게 다가간다.

그는 마치 자신의 영혼의 그림자처럼, 순식간에 천리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꿈속의 사람처럼 움직인다. 붕붕 떠다니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에 뿌리를 박고 떠다니는 느낌이다.

유키는 다른 세상에서 온 지각생에게 하듯 12 세기식 절을 한다.

「정말 아름답죠?」

그녀가 입을 연다.

뉴도쿄의 메가급 고층 건물들은 아직 거기 있었지만, 도시 전체가 무언가모르게 달라 보였다. 그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고비는 잠시생각을 모아본다.

거기, 케이레츠 건물들 사이로 이전 도쿄의 경치가 있었다. 고비가 보고있는 것은 한때 에도라고 불린 일본의 16세기 수도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뉴도쿄는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고비는 광활한 황무지 너머 저멀리를 본다. 일대의 토지 사이로 맨숀이 보인다. 부하들의 집으로 둘러싸인봉건제후의 집이다. 절의 처마와 저녁나절 집집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보인다. 수미다강을 가로질러 옛날 일본식 다리가 놓여 있다.

여기저기, 지하의 온천에서 증기가 올라온다. 눈앞의 이 광경은 모든 것을마치 꿈같이 보이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다. 목판화가 천천히 살아 움직이는것 같은 느낌이다.

어디선가로부터 생각이 다가온다. 이것 본 적이 있는데... 여기 온 적이있는데.... 하지만 어떻게? 어디서? 지금 당장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나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옛 수도, 에도랍니다.」

유키가 간단히 말한다. 이 몇 마디 말로 그녀는 수백년의 역사가 더 이상존재하지 않는 풍경에 관한 것을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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