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세상의 끝, 서킷보드의 중심 (46)

야즈는 토모 위에 올라가더니 그물을 붙잡으며 날개편 독수리 같은 자세를취하고는 저 멀리 내다본다.

헬리콥터가 거대한 간판의 소용돌이 위로 그물을 끌고가는 치바시는 흐릿한 바람과 휘황찬란한 빛 덩어리이다. 미츠코시-해롯 백화점 지붕 위로 50피트짜리 풍선 고찔라가 우측 방향으로 다가온다.

사이드카에 등을 구부리고 앉은 고비는 앞 유리를 하도 세게 붙잡아서 손마디에 혈색이 없다.

끝내주는군.

고비는 생각한다.

국자로 푼 금붕어처럼 들어올려져서는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앉아 있으니...

잠깐, 갑자기 호주머니를 뒤지는 고비를 야즈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이 미국 사람이 이번에는 또 뭘 하려는 거지? 여다! 흥분해서 고비가 생각한다.

아직도 있구만. 밑져야 본전인데 해보는 거야. 여기서 나갈 수만 있다면야뭐든지 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어? 사이드카에서 내려온 고비는 야즈 옆으로올라탄다. 그는 손에 든 병을 가리키더니 다시 헬리콥터의 열린 문을 가리킨다.

그것은 바로 뉴나리타로 오는 셔틀 속에서 그 라틴계 야쿠자가 주었던 산안드레아스지진 8.0이었다. 그 자가 뭐라고 했더라? 「8.0에 대해 한 마디만충고하죠. 이걸 언제 써야할 지는 자동적으로 알게 될꺼요. 마음 저 깊이 진동이 느껴질 때, 그때 이걸 떨어뜨리는 거요.」

바로 그 진동이 지금 느껴지는 것이다. 피스톤처럼 심장이 뛴다. 때는 지금이다.

고비는 병의 뚜껑을 따더니 조심스럽게 야즈에게 건넨다.

「조심하시오. 절대 흘리면 안되오.」

고비의 경고에 야즈가 고개를 끄덕인다. 고비의 정신없는 수화를 이해한것이다.

야쿠자 하나가 그물 속에 든 화물을 체크하기 위해 문 쪽에 나타난다. 야즈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챈 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8.0은 벌써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사내는 온몸으로 막는 듯한 자세로 병을 손으로 잡으려고 하지만 병은 손 사이를 빠져나간다.

병은 헬리콥터 안에 떨어지더니 조종석을 향해 바닥 위를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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