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44)

『이국 땅에서 혼자시라 혹 제가 무슨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물론 도움이 되시고 말고요.』

서로의 손을 통해 따뜻한 감정이 흐른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속삭인다.

『어느 방에 묵으세요?』

로비를 지나 방으로 가는 길에 고비는 우주정류장에서 만났던 그 여행작가와 부딪친다.

『아이구,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그려.』영국인이 뼈가 앙상한 손을 내민다.

『나를 기억하시오? 사이몬 채드위크요.』

『어떻게 여기 계십니까?』

그를 거기서 만난 것에 놀라며 고비가 묻는다.

『우주정류장에 계실 줄 알았는데요?』

『이 멋진 호텔에 대해서 로비 리뷰지에 글을 하나 쓰고 있소. 이 로비 정말 근사하지 않소? 나타난 듯하다 사라진 듯도 하다 그런 것 말이오. 다 광학문제죠. 사실은 이게 세계 7대 호텔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오. 여기 묶고있소?』

『네, 그렇습니다.』

고비가 답한다.

『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또 뵙도록 하죠.』

『어이구, 어쩐 일로 그렇게 볼 때마다 급하시오? 지난번에는 그 매력적인아가씨……, 이름이 뭐였죠? 같이 마시자고 했던 그 술, 끝까지 못 마셨잖소? 이번에야 그 영광을 베푸시겠지. 여기 이 멋쟁이 아가씨도 함께 말이오.



채드위크는 그 누런 이를 그녀에게 드러낸다.

『안녕하십니까?』

발을 군대식으로 차며 절을 한다.

『사실 말입니다, 고비 씨.』

그가 계속한다.

『지금 난 별 계획이 없는데, 저, 괜찮다면…… 제기, 돌려 말하기 힘드네.』

『우리한테 닥칠 그 일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말을 돌려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관광공사도 전혀 도움이 안되더라구요. 꼭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가볍게 말하지 뭐요. 무슨 달 구경하는 축제나 되는것처럼 말이오. 원칙대로 하자면 사람들한테 알려야 하는 것 아니오?』

채드위크의 표정이 밝아진다.

『고비 씨, 지금 생각이 났는데 말이오. 둘 다 이국 땅에 나와 있는 사람으로서 이 시간을 같이 지내면 어떻겠소? 술은 다 내가 내겠소. 내가 한턱낸다니까! 자, 어떻소?』

『정말 죄송하군요.』

채드위크의 손에서 팔을 빼며 고비가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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