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48)

옷에서 갑자기 파란 전기성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는 가슴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지만 내장된 보호 시스템이 효력을 발휘해 죽지 않고 살아난다.

길고 빨간 코의 일본식 사이보그 도깨비들이 다다미 방 위를 낄낄거리며돌아다닌다. 고비는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아침이 되자 고바야시의 에너지는 다시 그의 심장 속으로 퇴각한다.

고비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러자 다시 통증이 시작된다. 이 통증은 그의통증일까, 아니면 고바야시의 통증일까? 자신의 어리석은 질문에 픽 웃음이나온다.

어차피 같은 일이겠군. 순간, 그 통증이 안내자로서 그에게 오는 것이라는생각이 든다. 그의 임시 손님을 보살피는 매뉴얼이라고나 할까? 그의 성공적인 감금 상태를 이기는 모든 비밀과 전략이 기록된 것이다.

고바야시의 통증을 지배하라. 그러면 그를 지배할 것이다. 네 자신의 통증을지배하라. 그리하면 너는 네 모든 업보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현재의 모든 업보.

그는 마침내 잠이 든다. 깊고 깊은 잠 속에…….

고비는 노스 비치에 있는 그의 사립 탐정 사무실에 앉아 있다. 심리 사립탐정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일을 한다. 책상에 발을 올리고 눈에는 수면대를 찬 채 깊은 몽환에 빠져 있다. 몬로연구소에서 나온 반일치 테이프를 헤드폰으로 듣고 있다.

먼저, 미국 인디언의 혼이 임대료를 받으려고 들른다. 그리고나자 옥브로치를 잃어버린 당나라 시대의 귀족 여인, 그리고 남편이 18세기 하녀와 밀통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16세기의 이탈리아 여자가 온다.

고비는 다시 이리저리 뒤섞는다. 그러자 오뎅 기름에 한 달 정도는 절인것같은 중절모에, 목에는 때묻은 스카프를 두른 일본인 노인이 남루한 오버를입고 나타난다. 자신이 자각하며 꾸는 꿈이기 때문에 고비는 당장 그를 알아본다. 눈에는 누런 얼룩이 있고 목에서는 듣기 싫게 가르릉거리는 소리가난다.

"뭘 도와드릴까요?"

고비가 묻는다.

노인은 묵묵히 고비를 바라본다. 노인의 그 꿰뚫는 듯한 눈매로 인해 고비는그가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실종 사건이오."

노인이 마침내 입을 연다.

"그런데요?"

고비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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