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본통신협상과 시장개방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협상은34개 참가국이 각 나라의 양허안을 협상테이블에 놓고 지금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다자간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기본통신협상은 다음달에 고위급 회담으로 격상되면서 오는 4월까지 3차례 정도 다자간 협상을 진행한 후에 완료된다.

이번 기본통신협상이 국내 정보통신산업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이목을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오는 98년부터 모든 통신서비스에 예외없는 시장개방이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대폭적인 시장개방을 주장하는 선진국들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열악한 후발개도국간에 시장개방 폭이나 시기 등 여러 사안을 두고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상황 변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선진국간에도 시장개방에 따른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까지 시장개방에 폐쇄적이었던 유럽연합(EU)의 경우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이 시장개방에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미국측에 보다 적극적인 시장개방의 폭을 제시하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통신시장 개방은 선.후진간은 물론 선진국간에도 자국의 이해관계가난마처럼 얽혀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기본통신협상에서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의 통신시장을 넘보고 있는 것도따지고 보면 향후 세계 정보통신산업계에서 주도권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풀이된다. 통신시장 개방차원에서 한 나라가 외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자국통신산업의 대외경쟁력 향상이 시급한 사안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EU 등 선진국들로부터 강력한 시장개방 압력을 받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당폭의 시장개방안을 제시했지만,통신사업자 지분제한 문제를 비롯해 회선 재판매.통신기술 표준화.콜백서비스 등 쟁점사안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선진국들과 팽팽히 맞서 있는 상태다.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같은 통신시장 전면개방에 얼마나 효과적으로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기본통신협상에서 미국을 비롯해 EU.일본으로부터 집중적인 개방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의 통신시장 개방폭을 확대할 경우 이같은 영향이 여타 후진국들에도 상당부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속셈이다.

그렇다고 대외경쟁력이나 기술수준을 이유로 자국의 통신시장을 무작정 폐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신시장 개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추세다.

더욱이 오는 2001년부터는 외국인 투자제한 조치나 회선 재판매에 의한 음성전화 등 모든 통신서비스 개방을 위한 협상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통신시장에 대한 "개방론"과 "개방불가론"을 놓고갑론을박할 겨를이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다.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력 확보가 우리의 당면과제다.

전면적인 통신시장 개방이 불과 2년 남짓한 상황에서 국내 정보통신산업계가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 상황인 것이다. 미.일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열악한 국내 정보통신기술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방안도 시급히마련되어야 한다. 통신서비스 및 통신장비의 경쟁력 강화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때이다.

앞으로 닥칠 시장개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역을 총집결해실질적인 대응방안을 마련,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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