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36)

"고바야시는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았소."고비는 어두운 표정으로 계속한다.

"시간이 별로 안 남았었죠? 그걸 알고 있었으니까, 나를 그자들 하고 같이보낸 것 아니겠소? 그 불쌍한 영감이 먼저 다운로드 당할까 봐서.""마조히스트 연극은 그것으로 됐어요. 이제 시작하세요. 지금 당장."고비는 고개를 흔든다.

"설마 날 죽일 생각은 아니겠죠? 내가 죽은 다음에는 다운로드할 만한 게별로 안 남을테니 말이오."

그녀의 미소가 얼어붙은 것처럼 차다.

"착각하시는군요.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새로 개발된 기술 중에 디엔아이(DNI) 350 전문 다운사이저라는 게 있답니다. 죽은 지 두 시간 안에는뇌파를 디지털화할 수 있죠. 죽든 살든 선택은 당신이 하는 거예요."당신을사랑하긴 하지만 조금 있다 죽이는 데는 별 상관 없어요, 하는 듯한표정으로그녀가 다시 묻는다.

"자, 어떡하시겠어요?"

"선(선)에 새로 입문한 두 사람 얘기 들어본 적 있소?"곤돌라는 이제 18층가까이에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 한 명이 다른 사람한테 얘기했소. 내 걸 가지게. 진심이네."클라우디아가 안되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잘 가세요, 프랭크."

그녀는 펜 사이즈만한 총의 뚜껑을 돌린다.

"미안하게 됐군요."

너무나 착 가라앉은 마음이 이상할 정도다.

그때 무언가가 딱하고 부러지면서 곤돌라가 덜컹하더니 심하게 흔들리기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고비가 클라우디아의 손목을 붙잡고는 팔을 비튼 채힘을 주자 그녀는 총을 떨어뜨린다.

"클라우디아"하고 고비가 진심에서 우러난 목소리로 말한다.

"내 말 들어요. 여태까지 일을 그냥 없던 일로 하자는 건 아니오. 하지만이곤돌라를 모함에 연결하고 있던 선이 끊어졌소. 우린 지금 궤도를 이탈하고있는 것이오."

곤돌라들이 하나 둘, 항공 전차 전봇대를 지나가는 케이블에서 천천히 빠져나간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곤돌라를 바라보며, 고바야시 골프복을 입은키 큰 남자가 천천히 등을 돌린다. 그리고 골프 코스의 그물 쳐진 구역으로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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