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도용과 차용 "한지붕 두가족"

그동안 건전한 PC통신 문화형성에 걸림돌이 되어온 ID도용문제가 점차 사라지고 "ID차용"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ID도용이 말 그대로 타인의 ID를 당사자의 허락없이 사용한 불법적인 사용이라면 ID차용은 당사자의 묵시적인 허락을 받아 사용하는 합법적(?)인 사용이라 할 수 있다.

ID임차란 한 학생이 통신에 가입한 후 같은 ID로 여러 친구가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가족구성원중 한명이 가입한 후 가족전체가 공동으로 ID를 사용하는경우를 말한다.

때로는 한 기업체에 부여한 ID를 전체 직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도있다. PC통신업체에서는 원칙적으로 공동 ID를 발급하지 않지만 실제 사용자 입장 에서 이같은 현상은 일반화되어 있다.

ID차용은 ID도용으로 발전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기업체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는 ID를 특정 직원이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알려주게 되고 이 사람이 ID를 사용한다면 곧 ID도용을 뜻하는 것이다.

결국 ID차용은 소문과 같이 퍼져나간다.

공동으로 ID를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해주지 말 것이라는 약속 (?)을 받고 새로운 사람과 ID를 공유하지만 그 사람 또한 같은 방식으로 또다른 사람에게 ID를 가르쳐주게 된다.

결국 ID는 최초의 가입자가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전파되게 된다.

지난달 정보윤리위원회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김옥 순 연구실장에 따르면 최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7 5%가 타인의 ID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대부분은 친구나 친구의 친구 등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의 ID를 사용했다고응답했지만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경우 ID도용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통신요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큰 학생들에게 타인의 ID사용경험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인들도 남의 ID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경험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직장에서 옆좌석 동료의 ID를 사용해 전자메일의 편지나 자료를 받는 장면은 흔하게 볼 수 있다.

ID차용이 일으키는 문제는 허위신분에 따른 범죄적 심리를 유발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최초의 가입자가 모든 정보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데 있다.

초기에는 단순 호기심이나 필요에 의해 사용하던 타인의 ID가 점차 새로운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짖궂은 장난기(?)를 발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

급기야는 통신판매 등을 통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보이용료부담에 대해서는 요금 정액제를 채택하는 경우 그 피해규모가 적지만 종량제를 채택하고 있는 PC통신의 경우 이용시간 만큼의 정보이용료를원래 가입자가 납부해야 한다.

정액제를 고수하고 있는 업체에서도 일분 메뉴가 정보이용료를 받고 있다는점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ID차용문제는 법적호소나 PC통신업체의 제재 등으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각 이용자가 자신의 ID를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공동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공동으로 ID를 사용하는 직장에서는 교육 등을 통해 이같은 유의사항을 주입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밀번호를 수시로 변경 해 원천적으로 ID의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보통신진흥협회와 각 PC통신업체의 신고센터에 들어오는 ID도용에 대한 신고건수는 매월 수건에 불과해 갈 수록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PC통신이 일반화되어 가끔 PC통신을 이용하는사람도 가급적이면 ID를 갖게되고 통신범죄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 일반인의 ID도용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ID도용문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ID차용이라는 새로운 문제로 잠시 물밑 잠수를 하게 된 것이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