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널 시대 공영방송의 입상

다매체.다채널시대의 도래에 따라 공영방송은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위상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인가. 내년 3월 개국 예정인 케이블TV를 비롯 지역 민방, 위성방송 개시를 앞두고 활발하게 논의 되던 공영방송의 활로 문제가 일단 새로운 위상개척 차원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공보처가 KBS의 공영화에 초점을 두고 오는 10월부터 TV수신료를 전기료에 병과하고 1TV의 광고방송을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세운 수신료 제도 개선의 주목적을 보면 KBS운영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서 의 역할과 기능을 올바르게 수행케 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KBS 도 지난 6일자로 이같은 공영방송으로의 위상정립을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리 방송사들은 지금까지 시청률경쟁에 지나치게 매달리다보니 프로 그램의 질저하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 KBS 1TV가 광고를 전면 폐지하고 대신 수신료를 전기료와 함께 부과, 6백18억원의 재정적 이득을 통해 공영방송으로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방침은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 들여진다. 하지만 세계적인 방송환경 추세는 상업화 경향이다. 이유는 첫째 방송재정이 시청료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둘째 TV가 "베스트 세일즈맨" 이란 인식이 광고수요를 증대시키고 있으며, 셋째 국경없는 방송시대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 이렇게 볼 때 이번 정부의 방침이 우리 방송계의 실정에서 올바른 해법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틀은 세계적 추세와 반대방향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6월초 열린 한국방송학회 주최 "다채널시대의 공영방송"에 관한 세미나 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시청자들이 스스로 필요하고 좋아하는 프로를 선택하는 다매체.다채널시대에서 공익이니 공공이니 하는 논의는 더이상 필요 없다는 논리로 "이제 방송도 시장경쟁 도입 논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는 주장 이 나오기도 했다. 방송개발원도 최근 마련한 방송법개정 시안을 통해 "미래 방송이 주로 수용자 직접부담방식으로 운영될 것을 감안, 방송의 산업화측면 을 고려해 방송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개체로 다루어야 한다" 고강조했다. 그동안 "지나친 상업주의는 결국 프로의 질을 떨어뜨려 국민 정신 건강을 해치게되는 만큼 방송의 공영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방송체계에서 KBS의 새로운 공영방송으로 위상정립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아님은 물론이다. 다만 다매체.다채널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지금처럼 모든 장르의 프로를 방송해야하느냐 아니면 상업방송이 경시하는 부분을 메워주는보완적 역할만 해야하느냐를 이 시점에서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 하고자하는 것이다.

KBS가 이번 정부의 방침과 대규모 조직개편을 계기로 수준높은 교양방 송을지향하려는 것은 저질 퇴폐오락물이 범람하고 있는 현상황을 바탕에 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시청률경쟁에서 벗어나 공익정신에 입각한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이와함께 방송 프로에 대한 QC제도 도입도 생각 해봐야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수신료를 부담하는 시청자들을 존중하는 길이다. 그동안 수신료징수와 관련, 말썽을 빚었던 것도 공영방송의 공정성.공익 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또"1TV의 광고폐지 방침"도 단순히 KBS의 공영화를 촉진시킨다는 의도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1공영 다민영"체제 를 염두에 둔 정부 방송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있다. 그래서 방송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방송광고물량의 적체가 연간 1천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판국에 1TV의 광고폐지는 매년 약 5백억원이상을 새롭게 적체시키는 결과를 빚을 게뻔하다. 따라서 최소한 최근 방송계및 광고계에서 일고 있는 방송광고시간의 확대 주장이 정당성을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계기로 90년에 이은 제2의 방송구조개편 작업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방송법상의 규제조항이 어떻게든 풀려 나갈 것이라는 것은 곧 앞으로의 방송정책이 민영화의구조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예측에 설득력을 갖게 한다.

이같은사실로 미루어 볼 때 MBC의 단계적 민영화 방안을 주요이슈로 최근발표된 방송개발원 "2000년 방송정책연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는 시사 하는바가 크다.

결론적으로이번 정부의 "확실한"공영방송 정립 방침에는 KBS가 다른 민영방송에서 경제적 이유로 제공하지 못하는 공익적인 방송서비스를 제공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를 실천에 옮길 경우 상업방송이 활성화 될수록 공영방송의 존재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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