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문화관련 정책이 어쩐지 매끄럽지 못하다. 무언가 인기있는 정책만 찾고 실현성보다는 전시성이 강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정부 가 최근 영상.만화.전자출판산업등 문화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수립, 발표한 "문화산업진흥계획"도 그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문화체육부는 지난 5월초 초기단계에 있는 문화산업육성을 목적으로 문화산업국 이란 전담부서를 신설, 본격적인 문화산업관련 정책개발 및 진흥책을 펴도록 했다. 이번 문화산업진흥계획도 바로 이 부서에서 수립한 것으로 신설된 지 2개월밖에 안된 부서에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추진할 문화산업진흥계 획을 마련, 발표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진흥계획을 보면 조급하게 결정된 정책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수 있다. 새로 마련된 정책들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이미 추진해오던 정책들을 모자이크식으로 집대성한 것이어서 신선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의 예를 보는 것 같다는 일부 지적이다. 영상산업을 제조업으로 규정, 조세감면 규제법과 중소기업진흥법에 의한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영상진흥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나 출판문화정보산업 단지조성, 만화산업 및 전자출판산업 육성, 첨단문화상품개발, 한국적 디자인개발, 문화 산업인력양성등 추진 골자들이 모두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한민국 영상만화(애니메이션)대상을 제정하고, 국.공립도서관에 한국 만화 코너를 설치하는 등의 만화산업육성방안은 눈에 띄는 대목 이다. 비디오시장의 15% 수준인 연2조8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세계 만화시장 에서 일본만화가 65% 수준을 점유하고 있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한국 의 만화산업도 국제경쟁의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그동안 출판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CD-ROM, CD-I등 첨단 매체를 이용한 전자출판물을 도서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법제화와 이들 전자 출판물에 대해 부가가치세.관세등의 면세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한다는 것도 새롭다. 그리고 국립박물관 소장품부터 CD-ROM타이틀로 제작 해 판매하는 첨단매체문화프로그램개발 지원책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문화산업의 두 요소인 "문화의 산업화"와 "산업의 문화화 를 한꺼번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문화산업 변화환경에 대응하는 정책대안들이 없어 아쉽다.
또한 여건도 불비한데 마치 모든 기반이 갖춰진 양 이번에 마련된 진흥 정책 들을 차질없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식이어서 혹시 관련업체에게 기대감만 갖게 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물론 이번에 마련된 문화산업진흥계획이 뒤늦긴 했지만 우리 문화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겨냥한 정부의 첫 종합 계획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것은인정한다. 특히 문화산업을 놓고 세계 각국이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무방비였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환영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는 문화란 경제성장으로 축적한 재화를 단지 소비 하는 영역쯤 으로만 여기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가발전에 관련된 기능등 문화의 경제적 측면이나 그 파급효과는 아예 무시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감성을 중시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21세기 고도정보화 사회에서는 문화적 가치가 상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부가가치를 엄청나게 높여 주면서 문화의 힘을 곧 국가경쟁력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문화상품을 세계시장에 수출, 자국의 문화를 전파할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수입도 얻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국내비디오시장의 규모가 1조2백억원에 달하지만 외화 점유율이 무려 85% 에 이른다는 통계만 봐도 우리 문화산업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음반.컴퓨터게임 등 첨단 문화산업은 물론 만화영화등 각종 문화산업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 국제경쟁력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무튼 문화산업은 다양성과 창의.자유가 뒷받침될 때 발전한다. 문화 산업 정책의 중심이 민에 있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이번 문화산업 진흥계획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 는 서구 문화 정책 대의를 문체부는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정책 결정이나 추진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민간업체들이 산업활성화를 추진 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분위기를 진작시킬수 있는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이 곧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 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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