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에서도 '비행시간측정(ToF:Time of Flight)' 기술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2'에 ToF를 탑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그간 S22 적용을 놓고 검토했으나 최근 '미탑재' 쪽으로 의사 결정을 했다.
삼성 스마트폰 개발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ToF가 없는 현재 카메라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아 차기작에도 ToF를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ToF는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이나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삼성은 ToF를 2019년 1분기 출시한 S10서부터 적용했다. 같은 해 나온 노트10에도 ToF를 넣었고, 지난해 출시한 S20에도 탑재했다. ToF 적용 확대에 따라 이 모듈을 만드는 협력사도 늘렸다.
하지만 삼성은 2020년 가을 출시한 노트20에서 ToF를 뺏다. 약 1년 반 동안 ToF를 쓰다가 다시 없앤 것이다. 이유는 기대만큼 활용도가 높지 않아서다. ToF 기술은 3D 센싱이 가능해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과 같은 서비스와 결합하면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됐는데, 소비자들의 사용을 유인할 '킬러 애플리케이션' 부재로 사진 촬영을 돕는 보조 수단 정도에 그쳤다.
삼성은 그러던 중 경쟁사인 애플이 지난해 가을 출시한 아이폰12에 TOF 기술을 적용하면서 도입을 재검토했다. 애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삼성은 S22 도입을 보류했다. ToF의 장점이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ToF가 없는 일반 카메라로도 소비자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 굳이 추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이번 결정은 시스템LSI 사업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 ToF 이미지센서를 개발하고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공급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부가 연간 3억대를 만드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이기 때문에 삼성 스마트폰에 채택되면 ToF 센서 사업을 본격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ToF 탑재 보류로 시스템LSI 사업부 계획도 어긋나게 됐다. ToF 센서 1위는 소니다. 소니는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 선두로,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ToF 센서를 공급하며 ToF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처음 ToF 센서인 '아이소셀 비전 33D'을 발표했다. 7마이크로미터(㎛) 픽셀에, VGA(640X480) 해상도를 지원하는 신제품은 20㎝~5m까지 떨어진 피사체나 사물을 측정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공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