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의료계 사이 퍼진 기묘한 미신
의사가 직접 345차례 실험까지 나서

태국의 일부 병원에서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 KFC 치킨이 사실상 '금기 음식'으로 통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근무 중 KFC 치킨을 먹으면 갑자기 환자가 몰려와 업무가 폭증한다는 미신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태국 방콕 와지라병원에서 근무하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타낫 탄티남(35)은 의료계에 퍼진 KFC 관련 미신을 직접 연구했다.
그는 “일부 병원에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미신”이라며 “근무 중 KFC를 가져오면 동료들이 화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낫은 의대생이었던 약 10년 전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왔다고 한다. 특히 수술실이나 응급실처럼 환자 발생에 따라 업무량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부서에서 KFC를 먹으면 바쁜 근무가 시작된다는 믿음이 강하다.
이에 타낫은 미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2023~2024년 태국 남부 파탈룽병원에서 동료들과 함께 총 345차례의 외과 근무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했다.
의료진을 KFC 치킨을 먹는 집단, 태국 현지 브랜드인 '파이브스타 치킨'을 먹는 집단, 아무것도 먹지 않는 집단으로 나눠 환자 수와 환자의 예상 출혈량 등을 비교했다.
해당 연구는 올해 의학 학술지 '애널스 오브 서저리 오픈(Annals of Surgery Open)'에까지 게재됐다. 다만 연구 결과 KFC를 먹었다고 해서 의료진의 업무량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영향을 확인한 타낫조차 미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는 “아직도 80% 정도는 믿는다”며 “누군가 근무 중 KFC를 가져다준다면 근무가 끝날 때까지 먹지 않고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KFC 태국 법인도 이러한 미신을 인지하고 있다. 과거 KFC 태국의 최고마케팅책임자였던 수하일 림바다는 병원 인근 매장의 매출이 눈에 띄게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KFC는 2024년 11월 태국 의사의 날을 맞아 병원 주변 매장에서 '이것은 KFC가 아닙니다(This is not KFC)'라는 문구가 적힌 포장 용기에 치킨을 담아 판매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환자나 보호자가 감사의 표시로 KFC 치킨을 선물하는 경우에도 의료진은 난감해한다.
방콕 와지라병원의 간호사 자루다 마무앙본은 “선물은 언제나 감사하게 받는다”면서도 “최근 2년 사이 KFC를 선물하는 환자들이 크게 줄었다. SNS를 통해 미신이 알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태국 의료진 사이에는 KFC 외에도 근무 중 바나나나 피자, 견과류, 커피 등을 피하는 병원별 미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믿음이 예측하기 어려운 의료 현장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동료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타낫 역시 “KFC의 저주는 결국 두려움이 투영된 것”이라며 “우리에겐 탓할 존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