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14년 동안 1조2000억원을 지원한 미래 기술 연구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블랙홀 난제 규명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혁신을 이끈 연구 등 도전적 연구 생태계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 스타트업 발굴·육성에도 결실을 맺고 있다.
삼성은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을 개최했다. 사업은 도전적 연구 과제 수행으로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과 인류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연구 과제를 발굴·지원하는 삼성의 대표 사회공헌 활동이다. 삼성의 '기술 중시'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출범했다.
14년 간 누적 1조2000억원 연구비가 투입됐고, 총 916개 연구 과제에 교수진과 박사후연구원, 석·박사 연구원 등 1만7000여명 과학기술인이 참여했다.
삼성은 이번에 사업에 지원한 기초과학 및 소재·ICT 분야 완료 과제 중 과감한 도전으로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학계·산업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준 우수 연구자 10인을 선정했다. 총 644개의 연구 과제를 대상으로 연구 과제 우수성, 연구 성과 확장성, 연구자 성장성, 학계·산업계 파급력 등을 종합 평가해 4개월 간 심사를 진행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오성진 교수 미국 UC버클리대·고등과학원(수리과학) △이현우 포스텍 교수(물리학) △박정원 서울대 교수(화학) △정원석 KAIST 교수(생명과학)이 선정됐다.
소재·ICT 분야에서는 △김봉수 UNIST 교수(전자소재) △유창식 성균관대 교수(전자소자) △최장욱 서울대 교수(에너지/환경) △유홍기 KAIST 교수(바이오/메디컬) △김장우 서울대 교수(통신/컴퓨팅 ) △황성주 KAIST 교수(AI로보틱스)가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포럼 행사에서는 우수 연구자 중 3명이 주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오성진 미 UC버클리대·고등과학원 교수는 우주 기본 입자들이 힘을 주고 받는 원리를 설명하는 '양-밀스 방정식' 해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수학적으로 확인했다. 블랙홀 내부의 안정성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장욱 서울대 교수는 화재 위험이 낮은 친환경 배터리인 '수계 전지'의 약점을 찾아 개선했다.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핵심 원천기술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어 산업·경제계에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장우 서울대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에서 중앙처리장치(CPU)가 모든 작업을 떠안지 않고, 데이터 이동과 관리를 전담하는 데이터처리장치(DPU)에 업무를 나누는 새로운 컴퓨팅 구조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AI 병목 현상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 연구 지원뿐만 아니라 육성 프로그램 성과도 주목된다. 삼성의 전문가 멘토링, 기술 창업 지원의 결실이다. 윤태영 서울대 교수가 창업한 프로티나는 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프로티나'를 창업,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김장우 교수가 2022년 창업한 DPU 설계기업 망고부스트는 AMD·인텔·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며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박홍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 겸 삼성전자 SAIT 사장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기초과학 분야를 지원하고 젊은 과학자를 발굴·육성하며, 연구 단계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 창출로도 이어졌다“며 “이러한 사업의 방향이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게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