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대 가상자산 탈취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국내 거래소들을 긴급 소집해 보안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해킹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의 자산 보관 비중을 높이고, 이상거래 상시 감시와 보안 인력 확충을 주문했다. 대규모 해킹에 대비한 보험 가입과 준비금 적립 현황도 점검하면서 국내 가상자산업계 전반에 보안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일 오전 10시 유영준 디지털금융정책관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이 참석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각 거래소의 보안 관련 중간관리자급 실무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9일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를 계기로 국내 거래소들의 보안 대응 태세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콜드월렛 보관 비중 확대와 입출고 상시 모니터링, 추가 대응인력 확보, 비정상적인 접근 시도에 대한 신속한 보고·정보공유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해킹 등 사고에 대비한 준비금 추가 적립도 논의했다.
콜드월렛 보관 비중을 법정 최소 기준보다 높여 해킹에 노출될 수 있는 자산 규모를 줄이는 방안이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 기준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과 인터넷에서 분리된 콜드월렛을 함께 운영한다. 핫월렛은 이용자의 입출금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외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된 환경에 자산을 보관해 온라인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국내 거래소들의 콜드월렛 보관 비중은 법정 기준을 웃돌지만 거래소별 편차가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업비트의 콜드월렛 보관 비중은 99.1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빗썸 94.76%, 코인원 85.00%, 디지털엑스(옛 코빗) 82.79%, 고팍스 80.54% 순이었다. 최고와 최저 간 격차는 18.63%포인트에 달했다.
바이낸스 해킹에서는 임직원의 업무용 노트북 침해를 통한 내부 시스템 접근과 거래 승인·서명 권한 악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위는 국내 거래소들의 업무용 단말기 보안과 내부 전산시스템 접근 통제, 지갑 출고 승인·서명체계, 관리자 권한 관리 현황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외부 해킹뿐 아니라 내부 시스템과 거래 승인 과정의 보안 취약점까지 살펴본 것이다.
이상거래 감시체계 강화도 주요 대응 과제다. 금융위는 거래소들에 해킹 관련 의심 지갑주소와 거래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거래가 확인되면 신속하게 거래를 차단하도록 당부했다. 비정상적인 시스템 접근 시도가 확인되면 관계기관과 즉시 정보를 공유하는 대응체계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자동화된 탐지 시스템과 함께 보안 인력의 상시 감시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거래 탐지 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보안 인력의 상시 감시가 중요하다”며 “자동화된 탐지 시스템만으로는 정상 거래와 해킹 시도를 완전히 구분하기 어려워 감시 대상을 넓히고 담당자의 확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업계에도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 수준의 보안조치를 적용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금융보안원은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와 현장조사 등을 통해 추가 침해사고 예방과 이용자 피해 방지에 대응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배상 등 소비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도록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