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신체 일부처럼 된 스마트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서 이틀을 보내면 어떨까.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강원도 홍천 종자산 해발 250m 비탈길 끝에는 통신 신호 대신 산새 소리가 들어찬 마을이 있었다.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통신 두절이었다. 마을로 올라오는 길에서 안테나가 하나씩 지워지더니 객실에서는 아예 사라졌다. 와이파이도 라운지에만 열려 있어 방 안에서는 잡히지 않았다. 강박처럼 보던 뉴스·웹툰을 못 보니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 같은 꼴이 됐다.
산중에 들어선 여느 리조트와 달리 내부에 차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설악터미널에서 셔틀버스로 30분을 올라와 짐을 내리면 그때부터 바퀴가 닿는 길은 없다. 객실·식당·프로그램이 열리는 강의실도 전부 걸어야 닿는다. 가을동 0층 웰컴센터 통창 너머로는 바위정원과 단풍이 내려앉은 종자산 자락이 그대로 들어왔다.
이곳은 국내 최초 웰니스 리조트 힐리언스 선마을이다. 잘 자고, 걷고, 쉬고, 바르게 먹는 네 가지 습관을 되돌리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1박 2일간 선마을에서 지내봤다. 주요 시설은 계절 이름을 따 △식당·갤러리 봄동 △스파·테라피센터 여름동 △웰컴센터·단체 프로그램실(G.X룸) 가을동 △설립자 이시형 박사 호를 딴 효천서원이 자리한 겨울동으로 나뉜다. 객실은 비탈을 따라 흩어진 정원동과 숲속동에 있다. 객실에는 텔레비전도, 소음을 내는 냉장고도 없다. 경내 소음도는 34.3데시벨(㏈)로, 서울 주거지역 평균 57데시벨보다 낮다.
할 일이 사라지자 가방에 넣어둔 짧은 책이 손에 잡혔다. 찾는 사람이 없으니 두어 시간 만에 모두 읽었다. 이런 경험이 몇 년 만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걷기는 선택이 아닌 구조다. 선마을은 '소식다동'이라는 이름으로 건물 사이 도보 시간표를 만들어 배포했다. 웰컴센터에서 숲속동까지 선향숲길로 6분, 정원동을 돌아가면 12분이다. 2분이면 될 거리를 일부러 늘려놓은 길도 있다. 식사 한 끼, 프로그램 하나를 챙기려면 경사진 숲길과 돌계단을 하루 몇 번씩 오르내려야 했다. 목적지를 오가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많이 걷게 돼, 일상적인 이동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됐다. 다만 무릎 관절염 환자나 고령자에게 등산용 폴대는 필수 지참물이겠다.
프로그램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러 온 사람도 '하나쯤 참여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 만큼 다양했다. △숲테라피 △소도구테라피 △야간 요가·명상 △새 관찰 트레킹 △반려견 동반 트레킹 △목공 체험 △일대일 맞춤 테라피 등이다.
오후에 열린 숲테라피에 참가했다. 돗자리를 둘러메고 숲길을 10분쯤 올라 나무 아래 자리를 폈다. 등을 대고 눕자 하늘을 올려다보게 됐다. 얼마 만인가 싶었다.
몸을 푼 뒤에는 여름동 2층 자연세유 스파로 향했다. 탄산탕과 암반욕이 갖춰져 있는데, 남탕은 야외 욕탕이 딸려 있었다. 물에 몸을 담근 채 고개를 들면 산등성이와 하늘이 그대로 보였다.
저녁은 봄동 비채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선마을 식단은 맛보다 건강이다. 비만인 출신으로 느끼기에 맛은 아쉬웠지만, 식사 후 식곤증이 쏟아지거나 더부룩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동행 역시 공감을 표했다.

오후 7시 가을동 G.X룸에서 소도구테라피를 경험했다. 전문 강사의 테라피는 물리치료가 따로 없었다. 8시 같은 자리에서 디톡스 요가와 사운드 배스가 열렸다. 불을 낮춘 방에서 호흡에 맞춰 몸을 늘인 뒤 그대로 누우면, 강사가 울리는 싱잉볼 소리가 귀가 아닌 심장을 간지럽혔다. 술도 인터넷도 없는 밤이 이어지자 머리가 맑아졌다. 선마을은 달 뜨는 밤이면 조명을 끈다. 완전히 어두워지니 무용한 생각보다 잠이 쏟아졌다.
이튿날 이른 아침 새 관찰 트레킹에 나섰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투숙객 몇과 길에서 스쳤고, 박새과 새들과 오목눈이, 쑥새 등 작고 귀여운 새들이 많았다. 길목에 비치된 모이를 한 줌 집어 뿌려주고 자리를 비워주니 모이를 먹으려고 내려앉았다.
마을 아래 목공 체험방도 들렀다. 단풍·물푸레·떡갈나무를 직접 만지며 깎는다. 도마·젓가락·티 코스터부터 테이블·흔들의자·와인랙도 만들 수 있다. 완성품보다 나무 결을 더듬는 과정에서 바느질을 하듯 단일 작업에만 집중하는 경험을 할수 있었다.
1박 2일간 겪은 선마을은 통신과 자동차를 치우고 비탈을 놓아두는 방식으로 불편함을 강제했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맞는 장소였다. 색색이 물든 가을 숲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각종 알림은 다시금 울렸다. 이를 보며 떠올린 것은 전날 밤 등으로 올라오던 싱잉볼의 파동이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