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조종사 4명 중 3명 “비행 중 졸았다”…절반이 “피로한 상태로 항공기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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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항공사 조종사 4명 중 3명이 비행 도중 극심한 피로로 자신도 모르게 짧은 잠에 빠진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

유럽 항공사 조종사 4명 중 3명이 비행 도중 극심한 피로로 자신도 모르게 짧은 잠에 빠진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조종사협회(ECA)가 약 7200명의 조종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6.8%가 조사 직전 4주 사이 운항 업무 중 한 번 이상 '미세수면'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미세수면은 잠깐 의식을 잃고 수면 상태에 들어가지만, 본인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이다. 수 초 이내로 짧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단순히 눈을 깜빡인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항공기 운항 중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면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위험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조종사의 피로가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피로가 쌓이는 배경으로는 불충분한 휴식 시간과 들쭉날쭉한 근무표, 장거리 운항에 따른 시차 변화, 항공편 일정에 맞추기 위한 업무 부담 등이 거론된다. 실제 설문 참여자 중 38.8%는 피로 누적을 막을 수 있을 만큼 휴식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업무를 이어가는 사례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24%는 정상적인 운항을 하기 어렵다고 느낄 정도로 피곤해도 회사에 별도로 알리지 않은 채 근무한다고 밝혔다. 반면 피로로 인해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공식적으로 알린다는 응답은 37.2%에 머물렀다.

최근 3개월간 피로가 심해 운항을 피해야 할 상황에서도 실제 비행에 나선 적이 있다는 응답은 47%에 달했다. 조종사 중 47%는 피로 문제를 회사에 알렸을 때 경영진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걱정했다. 항공사가 운영하는 피로 신고 제도를 믿는다는 응답은 11.9%에 그쳤다.

항공사 운영 방식에 따른 차이도 드러났다.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조종사 가운데 회사가 피로 위험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15.6%에 불과했다.

유럽조종사협회는 조종 인력 부족과 무리한 운항 일정, 비용 절감 기조 등이 비행 안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유를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편 지연이나 운항 차질이 발생했을 때 조종사에게 근무 시간을 늘리도록 요구하는 관행 역시 피로 누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종사의 피로는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니라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집중력과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어 항공사 차원의 휴식 시간 확보와 실질적인 피로 관리 대책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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