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전주 퇴출 기준 도입과 맞물려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높이는 주식병합 결정이 2025년의 17.7배로 급증했다. 병합 결정 약 4건 중 3건은 당시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대부분은 기업가치 개선 없이도 병합 비율만 적용하면 동전주 가격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구조였다.
26일 공시 자료를 취합하면 올해 10월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식병합 결정은 301건으로, 2025년 연간 17건의 17.7배에 달했다. 병합을 결정한 기업은 290개사로, 코스닥 231개사가 242건, 유가증권시장 59개사가 59건을 결정했다.
전체 결정 중 220건(73.1%)은 최초 공시 당일 종가가 1000원을 밑돌았다. 이 가운데 215건은 당시 종가에 병합 비율을 적용하면 1000원 이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전주 가격대에서 나온 병합 결정의 97.7%가 주식 수 조정으로 가격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던 셈이다.
주식병합은 여러 주식을 한 주로 합쳐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주식 수가 줄어드는 비율만큼 주당 가격은 높아지지만, 병합 자체로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 현금흐름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목표로 도입한 가격 기준에 기업들이 주식 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동전주 가격대에서 병합을 결정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10월 22일 종가가 877원인 상황에서 5대1 병합을 결정했다. 당시 종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당 가격은 4385원이 된다. SBI인베스트먼트는 2월에도 2대1 병합을 결정하고 5월 변경상장을 완료한 바 있다.
SM C&C도 10월 20일 종가가 947원일 때 5대1 병합을 결정했다. 당시 종가에 병합 비율을 적용한 가격은 4735원이다. 두 기업의 공시일 기준 연속 1000원 미만 기간은 각각 23거래일과 9거래일로,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도달하기 전에 병합을 결정했다.
7월 시행된 동전주 상장폐지 기준은 종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으로 1000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도록 했다.
기업들의 병합 결정은 제도 시행 전에 집중됐다. 올해 결정의 79.4%인 239건이 7월 이전에 나왔으며, 3월에만 123건이 몰렸다. 연간 병합 결정이 2022년 18건, 2023년 22건, 2024년 12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증가폭이다.
현행 제도는 병합을 통한 가격 기준 충족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거래소는 적정 수준의 병합이나 감자를 통한 동전주 요건 해소도 시장 신뢰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주당 가격 조정이 실제 기업의 위험 해소로 이어지는지다. 병합은 가격 표시 단위를 바꿀 수 있지만 수익성과 재무구조까지 개선하는 조치는 아니다. 반대로 영업흑자를 내는 기업도 주당 가격이 낮으면 같은 기준에 걸릴 수 있다. 실제 동전주 상태에서 병합을 결정한 214개사 중 2025년 실적을 확인한 200개사 가운데 77개사(38.5%)는 영업흑자였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행 기준의 적용 결과와 실제 퇴출기업의 특성을 점검하고 추가 기준 상향이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윤 기자 sy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