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이후 가격 격차 가장 커
국내 자산 상·하위 20%가 보유하고 거주하는 주택의 가격 차이가 약 300배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2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자산 기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가 실제 생활하는 주택의 평균 가치는 239만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가구가 기준 시점에 소유하면서 직접 거주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산출된다. 자기 명의의 집이 없이 임차 주택에서 생활하는 가구는 주택 가치가 없는 것으로 처리된다. 집을 소유했더라도 다른 곳에서 생활한다면 집계 대상에서 제외되며, 여러 채를 보유한 경우에도 실제 거주하는 한 채만 반영된다.
하위 계층의 거주 주택 평균 가치는 전년보다 9.1% 낮아졌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계층에서 자기 집에 살면서 소유권까지 갖춘 가구가 감소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자산 하위 20% 가운데 본인 소유의 거주 주택을 가진 가구는 6.6%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조사 이래 최저 기록이다.
반대로 자산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거주 주택 평균 가치는 지난해 6억9341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7.7% 증가했으며, 2017년 이후로는 2022년의 7억4635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상위 계층에서 자기 집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중은 82.5%였다. 전년보다 1.2%포인트 줄었지만, 주택 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전체 가구의 평균 주택 가치는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계층에서 거주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가격 중앙값은 7억2000만원으로, 전년보다 2.9% 높아졌다.
하위 계층의 주택 가치가 떨어진 반면 상위 계층에서는 오르면서 두 집단 사이의 격차도 확대됐다. 상위 20% 가구의 거주 주택 평균 가치는 하위 20%의 290.1배에 달했다.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배율이다.
두 계층의 주택 가치 차이는 2017~2018년 약 146배에서 꾸준히 확대돼 2022년 245.5배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215.1배로 줄었지만, 2024년 244.9배로 다시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증가 폭이 더욱 커졌다.
주거용 부동산의 격차는 전체 자산 규모에도 영향을 미쳤다. 거주 주택을 포함한 하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2588만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이에 비해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산은 17억7615만원으로 7.5% 증가했다.
그 결과 상위 계층의 자산 규모는 하위 계층의 68.6배까지 벌어졌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2년의 6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자산 불균형은 소득 격차보다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연도를 기준으로 지난해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경상소득 차이는 11.2배였으며,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반영한 처분가능소득은 9.8배 차이를 보였다.
경상소득 격차는 2017~2019년 12~13배 수준에서 축소됐으며, 처분가능소득의 차이 역시 과거 11~12배에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보다 자산에서 계층 간 격차가 훨씬 크게 나타난 셈이다.
최근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점도 이러한 불균형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거론된다. 고가 주택을 보유한 상위 계층의 자산 가치가 커지면서 주거용 부동산과 전체 재산의 격차가 함께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직접 거주하는 주택만 비교해도 계층별 차이가 상당한 만큼, 상위 계층이 추가로 보유한 투자·임대용 부동산까지 고려하면 부동산 자산의 불균형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부동산 양극화 완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만큼 정책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며 “안정에만 정책의 무게를 둘 경우 실제 주거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임차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전월세 주택 공급을 늘리고,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공 아파트 분양 기회를 확대하는 등 주거 여건이 취약한 계층의 안정적인 거주를 지원하는 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