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인간의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20년은 AI가 인간의 지적·육체적 능력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사회 전반에 큰 혼란이 발생하는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츠는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의 자매지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AI를 '진화적 사건'으로 규정하며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것처럼 지구상 생명체에 있어 단계가 바뀌는 변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인간이 더 이상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적인 존재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게이츠는 “가장 똑똑한 존재가 재정의되고 있다”며 AI의 발전으로 지능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수년간은 수학자들이 AI 발전의 혜택을 누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그는 향후 20년 안에 “AI가 수학, 생물학, 공학 설계 등에서 인간보다 우월해질 것”이라며 “우리는 역사상 매우 극적인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코딩에서도 AI가 인간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게이츠는 “지난해 말 때쯤 13살 때부터 집착해오던 코딩 실력이 본질적으로 쓸모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IT 산업을 이끌어온 자신조차 AI의 발전으로 기존 역량의 가치가 달라지는 상황을 체감했다는 설명이다.
AI가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인간의 육체노동은 물론 사무직 업무와 발명 능력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미다.
게이츠는 이날 팟캐스트 '디코더'에 출연해서도 AI가 궁극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류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20년을 “인류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로 지목하며 “나의 가장 큰 우려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수많은 혼란이 빚어지는 20년간의 전환기”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에서 인간의 노동은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생산과 서비스 제공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간이 직접 수행하는 활동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AI가 더 뛰어난 성과를 내더라도 예술과 스포츠, 요리, 보육 등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을 모두 대신하도록 할 것인지, 인간의 참여와 역할을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정치권이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게이츠는 “AI가 저에게 '제가 당신보다 나으니 가서 피클 볼(테니스와 유사한 공놀이)이나 치세요. 이 일은 제가 처리하고 나중에 연락하겠습니다'라고 한다면 이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