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산소 빈자리가 전자를 안정적으로 붙잡는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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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은 공동연구진과 함께 빛을 받아 화학반응을 돕는 소재 속 작은 빈자리가 '전자의 대기실'처럼 작용해, 빛 에너지를 활용할 시간을 벌어주는 원리를 밝혀냈다고 25일 밝혔다.

김태규 화학과 교수팀이 김태우 경희대 교수, 김중한 가톨릭대 교수, 이재혁 포항가속기연구소 박사팀과 이룬 성과다. 이들은 이산화티타늄 속 '산소 결함'이 전자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산화티타늄은 빛을 받으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광촉매'의 대표적인 소재다. 태양광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고,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기술에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 소재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이동하고, 전자가 떠난 자리에는 '정공'이 생긴다. 정공은 쉽게 말해 전자가 비운 자리다. 전자와 정공은 각각 화학반응에 쓰일 수 있지만, 반응에 참여하기 전에 전자가 정공을 다시 채우면 빛에서 얻은 에너지를 활용할 기회를 잃는다. 이를 '재결합'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자와 정공이 곧바로 재결합하지 않도록 해 반응에 활용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산소 일부가 빠져 푸른빛을 띠는 '블루 이산화티타늄'에 주목했다. 이 소재의 산소 결함은 전자가 잠시 머무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정공이 '전자가 비운 자리'라면, 산소 결함은 '산소 원자가 빠진 자리'로 서로 다르다. 이번 연구에서는 산소 결함이 전자를 어떻게 붙잡고 재결합을 늦추는지 살펴봤다.

이를 위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인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를 활용했다. 초고속 카메라로 순간적인 움직임을 포착하듯, 매우 짧은 엑스선 펄스로 빛을 받은 소재 내부의 변화를 추적하는 장치다. 연구팀은 티타늄 원자 주변의 변화를 1000조분의 1초인 '펨토초' 단위로 관찰했다.

그 결과 일반 이산화티타늄과 블루 이산화티타늄 모두 빛을 받은 직후에는 전자가 빠르게 에너지를 일부 잃고 일시적으로 붙잡혔다. 차이는 그다음 과정에서 나타났다. 블루 이산화티타늄에서는 산소 결함의 영향으로 전자가 더욱 안정적으로 붙잡히는 '깊은 포획 상태'가 형성됐다.

이는 공이 얕은 홈보다 움푹한 곳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소재에 깊은 구멍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전자가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에너지 상태에 놓인다는 의미다. 이 상태가 '전자의 대기실' 역할을 하면서 정공과의 재결합을 늦춘 것이다.

실제로 블루 이산화티타늄의 전자는 약 1.5나노초에 걸쳐 더욱 안정적으로 붙잡히는 '깊은 포획 상태'로 이동했다. 1나노초는 10억 분의 1초로, 눈 깜짝할 사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전자가 '대기실'에 자리 잡는 셈이다. 이후 전자와 정공이 다시 만나는 재결합은 일반 이산화티타늄보다 약 2.5배 느리게 일어났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태양광 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전환, 오염물질 분해 등에 필요한 고효율 광촉매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성능을 높이려면 오래 붙잡힌 전자가 화학반응에도 효과적으로 참여하는지 후속 연구로 확인해야 한다.

김태규 교수는 “앞으로 소재의 미세한 구조를 조절해 빛 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광촉매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지(JACS)'에 9월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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