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주도 성장의 조기 성과 창출을 뒷받침하고 국가창업시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규제 혁신에 나섰다.
정부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성장에 날개를, 민생에 활력을, 지역에 미래를' 위한 핵심 규제 합리화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2월 위원장 직위를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추진 체계를 대폭 개편한 이후, 지난 4월 1차 회의에서 논의한 사항을 구체화하며 현장 체감형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대책들이 다뤄졌다.

◇초광역특구법 제정 추진…메뉴판식 규제특례와 범정부 패키지 지원
정부는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초광역특구법' 제정을 추진한다. 종전 '메가특구'로 지칭하던 용어를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약칭 초광역특구)'라는 법정 용어로 정립하고, 단일 법률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320여개의 '메뉴판식 규제특례'를 담아 인프라 구축, 생산시설 설치, 인재 유치, 정주여건 개선 등 기업 활동을 전방위로 지원한다.
초광역특구에서는 메뉴판에 없는 규제라도 기업과 지방정부의 신청이 있으면 일정 기간 규제 효력을 배제·완화하는 '수요응답형 규제유예'가 적용된다. 심의기간 단축과 실증기간 유연화 등을 담은 '업그레이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현행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실증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부는 재정(성장엔진특별보조금 신설), 금융(국민성장펀드), 세제 감면 등 범정부 정책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며, 2027년 상반기 전국 권역 지정을 목표로 사전 절차를 선제 추진할 방침이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초광역특구에 대해 “내년 상반기 중 전국 권역별로 1개씩의 특구를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이 만들어질 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리지 않겠다. 지금 모든 절차를 선제적으로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며 “법 제정 전이라도 현장 애로 사항은 즉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민간 원팀의 소통 채널을 만들어 현장 의견을 상시적으로 듣고 부처가 수용하는 과제는 신속하게 바꾸겠다”며 “부처 간 이견이 있거나, 부처가 수용하지 않는 과제는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로봇·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메가프로젝트' 규제 대수술
로봇 분야에선 이동식 산업용 로봇의 울타리(펜스) 설치 면제 요건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2027년 1분기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산업부·노동부 공동으로 2026년 하반기까지 휴머노이드 안전 가이드를 개발한다. 건축물 내 로봇 대기·충전 시설 바닥면적의 용적률 산정 제외 등 분야별 규제특례와 4족 보행 로봇 등의 안전 가이드도 단계적으로 정비한다.
임 실장은 “제조업 현장에 이동식 산업용 로봇이 보급됐지만 작업자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울타리는 고정식 산업용 로봇에 맞춰져 있다”며 “정부는 울타리 설치 면제 요건을 명확히 하고, 휴머노이드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 가이드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분야별 로봇의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아파트에 로봇 관련 시설을 도입할 경우 용적률 산정에서 빼주고, 철도시설 등을 점검하는 로봇에 대한 맞춤형 기준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로봇 데이터 표준화, 신속한 로봇 실증 등도 병행한다.
또 반도체 첨단국가산단 조성에 인허가·보상·설계를 동시에 신속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산단 소요 기간을 10년 이상에서 5년 이내로 단축한다. 공항·항만이 원거리인 AEO 인증 우수 보세공장에 대해 사전 승인 품목의 '先운송 後수출신고'를 허용하고, 반도체 공장 내 고압가스 실린더 캐비닛 설치 및 변경허가를 일괄 처리할 수 있는 특례고시 제정도 추진한다.
AI데이터센터(AIDC) 인허가 일괄처리 체계와 타임아웃제도 도입한다. 비수도권의 경우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기준을 검토한다. 전산실과 냉각·전력설비 등 무인 설비 면적을 주차장 설치 의무 산정 기준에서 제외해 건축물 규제를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완화하고, 대규모 테스트베드 조성과 대·중소 협력형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자율차·바이오 등 '5극3특 성장엔진' 규제 혁신
자율차 분야 규제도 푼다. 국토부와 경찰청 간 협의체를 구성해 2027년 상반기까지 무인 자율차 안전관리와 사고대응 등 법체계 정비방안을 마련하고, 충전·차고지 이용 등 예외적 사유에 한해 시범운행지구 외 운행을 허용한다. 국제기준 도입 전까지 기업 간 거래(B2B)를 위한 성능인증제를 우선 시행하며, 2027년 상반기 자율차법 개정 후 2028년 광주 실증도시부터 원격관제·현장출동을 아우르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범 적용한다. 데이터 국내 보관 등 보안 관리 체계도 강화한다.
바이오 분야에선 첨단 재생의료 분야에서 제대혈은행 등으로부터 이미 채취·보관 중인 세포를 세포처리시설에서 제공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배양된 자가면역세포를 활용한 치료는 이달 중 고시 제정을 거쳐 위험도를 '저위험'으로 조정해 2~3년 소요되는 임상연구 없이 치료계획 심의만으로 치료를 실시할 수 있게 했다. 정형의료데이터 가명처리 공통기준과 외부 원격 분석환경 기준도 연내 마련한다. 이 밖에 AI 기술 활용 의약품 심사 가이드라인 제정과 제네릭·일반의약품의 시험자료 면제 및 제출 서류 간소화를 추진한다.
◇국가창업시대 전환… 창업 규제 및 행정서류 정비
창업기업의 경영 애로 해소를 위한 제도 정비도 진행된다. 병역·출산 등 불가피한 경영 공백 발생 시 최대 5년 범위에서 창업 지원사업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하고, 초기 스타트업의 신규 계좌 한도제한 해제 공동 가이드라인을 정비한다. 성실경영평가는 부정적 신용정보 블라인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채무불이행 시에도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기존 중기부 사업에서 전 부처 사업으로 확대 적용한다.
창업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행정서류 5021개 중 기존 행정정보 공동이용 서류를 포함한 총 2756개(54.9%)를 폐지·면제·간소화한다. 선정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는 유사·중복 서류를 폐지하고, 기관 내부망 조회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제출 의무를 면제하며, 사업계획서 분량 상한선 설정 및 전자서약 도입으로 작성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