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장 M.AX, 내 손으로][르포]10개 원탁에 깔린 공장 도면…“숙련공 은퇴 전 AI로 뇌(腦) 복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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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경력의 현장 반장님들이 줄줄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손끝 감각과 소리만으로 기계 이상을 잡아내던 노하우를 어떻게든 데이터로 남겨놓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M.AX(제조 인공지능 전환) CEO 해커톤' 행사장에 1번부터 10번까지 번호판을 꽂은 원탁 10개가 마련됐다. 각 테이블에는 전국 지역 산업단지 제조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공급기업, 선도 기업, MINI얼라이언스 위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 담당자와 산업통상부 공무원들이 뒤섞여 앉았다.

이날 모인 산단 CEO만 50여명.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뿐 아니라 금형·주조·철강 등 뿌리기업 대표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하루하루가 아쉬운 이들이 공장을 비우고 종일 일정을 낸 이유는 내 공장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직접 뜯어보고 결판을 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현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공장의 고질적인 '페인포인트(불편 지점)'를 털어놓고 해법을 묻는 관계자들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해커톤의 몰입도를 단숨에 끌어올린 것은 앞서 칼을 빼든 선도 기업들의 우수 AX 사례 발표였다. HD현대삼호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현한 생생한 현장을 소개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64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서 비정형 제품을 만드는 조선소 특성상, 흩어진 공정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게 만드는 일이 최우선 과제였다.

해법은 AI와 데이터였다. 옥외 야드에서는 드론을 띄워 하루 세 차례 전경을 촬영하고, 블록과 의장품 위치, 기자재 배송 현황을 AI가 분석해 자동으로 인식하고 추적한다. 과거 관리자의 경험과 직관에만 기대던 공정 분석이 철저한 영상 데이터 기반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옥내 공정 역시 AR(증강현실) 문자마커와 비전센서를 통해 거대한 블록의 적재 위치와 공정 실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작업 현장에 로봇을 대거 투입해 생산성을 직접 끌어올린 대목에서는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HD현대삼호는 2023년부터 용접 공정에 100여 대의 협동로봇을 집중 배치해 운영 중인데, 작업자 1명이 이동형 로봇은 2대, 크레인형은 6대까지 관리하며 작업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4족보행 로봇(로봇개)과 협동로봇을 결합해 복잡한 론지(Longitudinal, 종보강재)를 넘나들며 용접까지 수행하는 '피지컬 AI' 실증 모습도 함께 공개해 CEO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다른 선도기업인 오성철강사는 베테랑 숙련공 개인의 머릿속에만 쌓여 있던 설비 운전 노하우를 정형 데이터로 옮겨 담은 이른바 '암묵지의 자산화' 사례를 내놨다. 그동안 쌓아둔 방대한 품질·검사 데이터를 AI에 집중 학습시켜, 현재는 불량이 발생하면 AI가 즉각 원인을 역추적해 낸다. 숙련자의 막연했던 판단 기준이 명확한 데이터로 정리되면서 신규 인력의 공정 적응 및 훈련 기간도 대폭 줄었다는 말에 객석에 앉은 CEO들의 펜놀림도 바빠졌다.

선도 기업의 성공 사례로 예열을 마친 뒤 시작된 해커톤은 '아이디어 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AI 전문기업 컨설턴트가 1명씩 밀착 배치된 각 팀 테이블에는 공정 플로우 차트와 설비 도면이 펼쳐졌다. CEO들은 “우리 공장은 이 라인에서 불량이 쏟아진다”, “설비가 불시에 멈춰 하루 수천만 원씩 허공에 날린다”며 생생한 부실 지점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치열한 '끝장 토론' 끝에 10개 팀이 도출한 프로젝트는 크게 4개 분야로 수렴됐다. △숙련 인력의 직관과 경험을 데이터화하는 '제조 암묵지 AX' △작업자의 육안 검사를 광학센서와 딥러닝 기반으로 대체하는 'AI 비전 품질검사' △설비 진동·소음 패턴을 분석해 고장을 사전 감지하는 '예지보전' △업종별 로봇과 융합한 '피지컬AI·자율제조'다.

해커톤 심사를 맡은 이용필 KEIT 원장은 “단순 가능성 타진에 그치지 않고, CEO들이 직접 예상 도입 비용과 설비 교체 주기 등 구체적인 투자대비효과(ROI)까지 꼼꼼하게 산출하는 등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모습이 놀라웠다”면서 “도출된 결과물이 실제 공장의 생산성 혁신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R&D와 실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성웅 기자 y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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