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장기 이식 전 생명 연장
돼지 신장 '가교' 역할 수행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60대 남성이 9개월 동안 투석 없이 생명을 유지하며 이종 장기 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장 생존 기록을 세웠다. 이번 사례는 돼지 신장이 인간 장기를 이식받기 전까지 생명을 연장해 주는 '임시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번째 사례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의학 저널 '란셋'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미국 뉴햄프셔주에 거주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 팀 앤드류스(66)의 사례를 조명했다.
앤드류스는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을 앓고 있었으며, 5년 이내에 인간 신장을 이식받을 확률이 9%에 불과한 고위험군 환자였다. 이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료진은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을 이용해 장기 대기 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수술에는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고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유전자 69곳을 교정한 유카탄 미니돼지 '윌마'의 신장이 활용됐다. 그 결과 앤드류스는 이식 후 271일(약 9개월) 동안 투석을 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기존 생체 돼지 신장 이식 사례가 두 달을 넘기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종 장기 이식 역사상 가장 긴 생존 기록이다.
이식 6개월 시점부터 돼지 신장의 혈관 손상이 진행되어 결국 9개월 만에 해당 장기를 제거했으나, 앤드류스는 이후 사망 기증자의 인간 신장을 성공적으로 재이식받았다. 돼지 신장 이식으로 인한 인간 조직 거부 반응 항체는 생성되지 않았으며, 돼지 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환자 앤드류스는 “돼지 신장 이식은 내게 '기적'과 다름없다”며 “오랜만에 살아 돌아왔다. 이제는 요리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반려견 컵케이크와 함께 산책도 할 수 있게 됐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의료진은 이번 연구가 장기 기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술을 이끈 레오나르도 리엘라 박사는 이번 성과가 만성 장기 부족 사태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이종 이식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