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위에 집 짓지마세요” 경고 무시한 부자 동네…암 환자 쏟아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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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원 마을 라데라 랜치. 사진=엑스페디아 홈페이지
美 폐유전 위에 주거지 조성
10년간 최소 6명 암 진단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고급 주거지에서 희귀 소아암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과거 해당 부지에 주택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이곳은 과거 석유를 뽑아내던 유전이었으며, 사용이 끝난 유정이 묻힌 자리 위에 주거지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역 매체 캘리포니아 포스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라데라 랜치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최소 6명의 주민이 '유잉 육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잉 육종은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희귀 암으로, 뼈나 뼈 주변의 연조직에서 발생한다. 미국 전체 인구가 약 3억4000만명에 이르지만 한 해 진단 환자는 200~240명 수준이다. 인구 약 2만 명인 라데라 랜치에서만 6건의 사례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잉 육종으로 자녀를 잃은 메건 매티슨씨는 “도시 인구는 2만5000명이고 페이스북 그룹에 참여한 주민도 수천명에 불과한데 이미 62건의 관련 제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 주민은 자신이 거주하는 한 동네에서만 뇌종양 환자가 3명이라고 했다”고 호소했다. 이 지역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서도 암이 발견되는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제초제나 농약 등 생활 환경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캘리포니아주 자연자원보전국 자료에서 과거 해당 부지를 둘러싼 별도의 경고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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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으로 숨진 주민의 유가족. 사진=KTLA

2002년 2월 작성된 해당 문서에는 과거 석유 생산에 사용됐던 유정이 해당 부지에 매립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문서를 작성한 엔지니어는 손으로 “추가적인 검토 없이 이 유정 위에 건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겼다. 그러나 건축을 제한한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는 문서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

당시 서류를 승인했던 케네스 헨더슨 전 석유·가스 감독관 대행은 다른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구가 작성된 정확한 배경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시 유정을 폐쇄하는 작업이 현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폐유정의 밀봉 상태가 부실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차단 시설이 훼손될 수 있고, 그 틈으로 지하에 존재하는 가스나 화학물질이 주변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유정 내부에는 메탄과 탄화수소를 비롯해 벤젠,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토양이나 공기, 지하수로 유입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데라 랜치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주택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다만 현지 매체는 현재까지 폐유정에서 실제 오염물질이 새어 나왔는지, 해당 물질과 유잉 육종 발생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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