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공급망 대응 핵심 소재, 희토류 자성 소재

세계 산업 경쟁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더 싸고 빠르게 만드는 게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필요한 원료와 소재를 원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까지 요구된다. 2025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줬다.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경제, 안보 문제다.

그 중심에 희토류 영구자석이 있다. 영구자석은 별도 전력 공급 없이도 강한 자력을 유지하면서 전기에너지를 회전과 운동으로 바꾸는 모터의 핵심 부품이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차 구동모터, 산업용 로봇, 풍력발전기, 드론은 물론 우주·방산 장비에 이르기까지 작고 가벼우면서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시스템일수록 고성능 영구자석의 중요성은 커진다.

대표적인 희토류 영구자석으로는 네오디뮴계(Nd-Fe-B)와 사마륨-코발트계(Sm-Co)가 있다. 네오디뮴계는 현재 상용화된 자석 가운데 매우 강한 자력을 낼 수 있어 전기차와 각종 고효율 모터에 폭넓게 쓰인다. 사마륨-코발트계는 높은 온도에서도 자기적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항공우주·방산 등 극한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이들 소재는 첨단산업 성능과 효율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핵심 부품'이다.

문제는 공급망이다. 희토류가 지구상에 전혀 없는 자원이라서가 아니다. 광산에서 채굴한 원료를 분리·정련하고 금속과 합금으로 만든 뒤 다시 고성능 자석으로 제조하는 복잡한 가치사슬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게 큰 위험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자석에 사용되는 주요 희토류는 채굴뿐 아니라 정련과 자석 제조 단계로 갈수록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의 약 90%를 담당하고 있어 수출 제한이나 국제 정세 변화가 곧바로 글로벌 제조업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공급망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 가전, 로봇, 조선, 방산 등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하는 세계적인 수요 산업을 갖고 있지만 공급망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고성능 소재 설계, 분말 제조, 미세조직 제어, 자석 제조공정 등에서 오랫동안 연구역량을 축적해 왔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모든 광물을 직접 확보하기보다 한정된 자원을 더 적게 사용하고 다른 소재로 대체하며 사용한 자원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주요국은 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광산에서 정련, 합금, 자석 제조까지 자국 내 공급망을 연결하는 이른바 '광산에서 자석까지(mine-to-magnet)'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철과 질소처럼 비교적 풍부한 원소를 이용해 희토류를 쓰지 않는 새로운 영구자석 상용화에도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희토류 광산 확보는 물론 기존 희토류 자석과 차세대 비희토류 자석도 동시에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자석을 구성하는 미세 결정과 그 경계를 정밀하게 제어해 공급 위험이 큰 중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에 오랫동안 집중해왔다. 고온에서 성능을 지키기 위해 넣어야 했던 값비싼 희토류를 쓰지 않는 자석을 실제 자동차용 모터에 적용했고 핵심 원소인 네오디뮴 일부를 상대적으로 풍부한 다른 희토류로 바꾸는 기술도 개발했다. 여기에 기존 자석과 다른 결정구조를 이용하는 차세대 소재 연구도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재료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진은 희토류 사용량을 줄인 저감형 자석과 희토류를 쓰지 않는 비희토류 자석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희토류를 쓰지 않는 Mn-Bi 신 비희토류 영구자석을 세계 최초 개발했으며 중희토류를 전혀 쓰지 않고도 고성능을 유지하는 자석 제조 기술을 선보이는 등 성과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는 'K문샷 프로젝트' 12대 국가 미션의 하나로 '희토류 리스크 제로화'가 포함되면서 한국재료연구원을 중심으로 도전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역량이 국가 차원 정책적 지원과 만나는 만큼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우리의 기술개발 방향은 명확하다. 바로 희토류의 '대체'와 '저감' 그리고 '재활용'이다.

먼저 대체는 희토류가 꼭 필요하지 않은 영역에서 다른 소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다. 모든 모터와 전자기기가 최고 수준의 자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가전제품이나 산업용 모터, 소형 구동장치 등 가격과 공급 안정성이 더 중요한 분야에서는 일부 희토류 자석을 비희토류 자석으로 대체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시장을 넓힌다면 고성능 희토류 자석은 꼭 필요한 곳에 집중해서 사용하고 전체 희토류 수요는 줄일 수 있다. 비희토류 자석은 하나의 소재에 집중된 산업 구조에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 주는 전략기술이다.

저감은 고성능 희토류 자석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사용되는 희토류의 양을 최소화하는 접근이다. 자석 내부 결정 크기를 작게 만들고 특정 원소가 필요한 위치에만 집중되도록 미세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하면 적은 양의 희토류로도 필요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원소를 활용하거나 일본처럼 새로운 자성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같은 방향이다. 중요한 것은 희토류를 몇 퍼센트 줄였는지보다 적은 자원으로 같거나 더 높은 성능과 신뢰성을 구현하는 데 있다.

재활용 역시 새로운 광산 확보만큼이나 중요하다. 수명을 다한 모터, 가전제품, 산업설비 속에는 이미 상당량의 희토류 자원이 들어 있다. 이른바 '도시광산'이다.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다시 분리해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자석이나 합금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시 제조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에너지와 비용, 환경부담을 함께 낮출 수 있다. 앞으로는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자석을 쉽게 분리하고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순환형 설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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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대응 희토류 자성 소재 전략.

그리고 이 세 가지 축 모두의 개발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열쇠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다. 새로운 자석 소재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원소 조합과 제조 조건을 실험해야 한다. 과거 연구자의 경험과 반복 실험에 크게 의존했다면 이제는 축적된 소재 데이터와 계산과학, AI를 이용해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먼저 찾아내고 실험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조성뿐 아니라 제조조건과 미세구조, 최종 성능을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연결한다면 소재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한민국 미래 대도약 기반은 첨단소재 분야 기술주권 확보다. AI·데이터에 기반한 소재 패러다임 전환으로 미래 신산업 발전을 뒷받침해야 하며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희토류 등 희소자원 대체·저감 원천기술 확보는 우리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이다. 이는 외국에서 들여오던 소재를 국내에서 만드는 '국산화'보다 더 큰 개념이다. 공급이 흔들려도 다른 소재와 공정으로 대응할 수 있고 필요한 핵심 기술을 스스로 설계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확보되면 그 효과는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나타날 수 있다. 특정 국가와 자원 의존도가 낮아져 수출 통제나 가격 급등 같은 외부 충격에도 생산을 이어갈 수 있고 원가와 가격 변동 위험도 줄어든다. 같은 양의 희토류로 더 많은 모터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산업 전체의 자원 효율과 경쟁력도 함께 높아진다.

나아가 희토류 공급망 위기는 역설적으로 우리 소재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전기차, 로봇, 가전, 조선, 방산이라는 강력한 수요 산업과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 자성 소재 연구역량을 연결한다면 국내에서 개발한 새로운 자석 기술을 가장 빠르게 검증하고 산업화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친환경 소재 시장과 차세대 모터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자원은 어느 나라에 묻혀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지만, 기술은 우리가 선택하고 축적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경쟁력은 모든 희토류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희토류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필요할 때 다른 소재로 바꾸며 사용한 자원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에 AI와 데이터가 연구개발의 속도를 더한다면 새로운 신자성 소재 개발로 자원 의존의 종속적 위치에서 자원·기술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희토류 영구자석 공급망의 해법은 결국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경쟁만이 아니다. 대체하고 줄이고 다시 쓰는 소재 기술, 그리고 이를 더 빠르게 구현하는 AI·데이터 기반 연구혁신이 대한민국 첨단산업과 경제안보를 지키는 기술주권의 토대가 돼야 한다.

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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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1961년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 석·박사를 받았다. 1986년 한국재료연구원에 입사해 나노분말재료그룹장, 나노기능분말연구그룹장, 분말.세라믹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4년 한국재료연구원 제7대 원장에 취임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심의)회의 기계.소재 전문분과 위원장,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이사, 대한금속재료학회 부회장직을 맡았다. 2024년 과학기술 훈장, 2016년 국무총리 표창,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2010년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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