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단순한 기술 유행을 넘어 문명사적 대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정부가 'AI 3대 강국(G3)' 도약을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AI 산업 구조를 넘어 지역과 산업 전반으로 성장의 기회를 확산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권역별 특화산업과 AI를 결합한 '5극 3특 연계 지역 AX 생태계' 구축은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소외 없는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신문은 이러한 비전을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기는 출발점으로 AX 대전환 초격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국가의 정책적 비전과 지방자치단체의 실행 책임을 강조하며 민간기업의 현장 혁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역 AX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자고 입을 모았다.

◇사회(김태형 단국대 교수)=국가 AI 3대 강국과 '5극 3특' AX 대전환의 목표를 우리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성과로 만들기 위해, 각 기관은 AX 대전환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최형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글로벌 기술 전쟁터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그야말로 '대각성의 시간'에 맞춰 아주 적절한 시기에 토론회가 열렸다. 이제는 국회가 규제를 풀고 혁신적인 입법과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사실 과기부 소관 AX 대전환 예산안을 검토하다가 깜짝 놀랐다. 경남, 대구, 전북, 광주 등에는 대규모 예산이 배정돼 있는데 충청도 예산은 기재부까지 직접 확인해 봐도 진짜 '0원'이더라. 여러 의원들과 뜻을 모아 충남 10억원, 강원 10억원, 제주 5억원의 AX 대전환 사전 기획 예산을 극적으로 편성했다. 지역 간 AX 격차를 해소하고 향후 대규모 본 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22대 과방위도 국회 차원에서 깊은 성찰을 하고 있다. 지금은 반도체나 AI 같은 국가 생존 기술에서 뒤처지면 국가 생존이 위협받는 '각성의 순간(Time of Awakening)'이다. 그동안 국회가 장기적인 정책 제시보다 단기적인 정쟁과 발목 잡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노동 시간과 52시간 근무제 같은 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이 과로로 불행해지는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회 스스로가 과감하고 혁신적인 입법, 규제 완화, 예산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각성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추진된 핵심 결실이 바로 과기정통부 소관 '피지컬 AI(제조 AI)' 예산이다. 예산 신설 당시 산업부·중기부의 기존 DX·디지털 트윈 사업과의 중복성을 이유로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 출범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과기부 R&D 예산을 투입해 '공장 문을 열고' 데이터를 표준화해 초순도의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자는 논리로 기재부와 대통령을 설득해 예산을 확정했다.
대한민국은 중국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제조업 라인업을 완벽히 갖춘 유일한 '풀스택(Full-stack)' 국가다. 미·중 디커플링 국면을 적극 활용해 독일이나 일본이 가지지 못한 제조업 데이터 기반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권역별 특화 생태계가 확실히 작동해야 한다. 실제 경남의 경우 6800억원의 예산을 기반으로 매출 1조원대 핵심 벤더 10여개 사가 공장 문을 열었다. 여기에 서울대, KAIST 등 300여명의 연구진이 결합해 '핀(PIN) 모델' 파운데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전북도 7700억원의 예산으로 무인공장인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구현을 목표로 밀고 가고 있다. 충남도 이제 늦지 않았으니 제대로 기획해서 따라와야 한다. 현장 기업이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주면 국회는 얽혀있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산업 현장에서 AX 대전환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입법과 예산으로 확실히 뒷받침하겠다.

◇이주희(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이번 토론회의 제목을 들었을 때 상당히 반가웠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초격차'가 보통은 산업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격차를 말하는데 내가 깊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사회적 초격차'다.
지금 우리는 정말 문명사적 대전환이라고 일컬어지는 대격변의 속에서 살고 있다. 이 흐름 안에서 산업적, 기술적 AI 대전환도 매우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기반이 되는 '사회적 측면의 AI 대전환'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면 정말 향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 AX로 인한 사회적 초격차가 우리 사회에 정말 쓰나미처럼 발생하게 될 것이고, 가속도가 붙은 기술 전환 과정 속에서 나중에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최근 AI 기술 발전을 보면서 많이 들기 때문이다.
AI 대전환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 모두에게 기회가 되려면 그것이 진짜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많은 산업군과 다양한 직업군에 계신 분들이 AI 환경으로 전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사회적 AX에 대해 우리 정부나 국회처럼 정책을 다루는 곳에서 정말 심도깊게 고민해야 한다.
과기정통부와 함께 '사람 중심의 AX 대전환을 위한 사회 정책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과방위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사회적 측면에서의 AX로 인한 초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나가려고 한다.

◇박수현(충남도지사)=지방정부 수장 입장에서 AI 대전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정말 무거운 책임감과 두려운 마음으로 생각하다, '균형'이라는 화두를 잡았다. 충청남도 지도를 놓고 보면 북부의 천안, 아산, 서산, 당진 4개 시에 도내 GRDP의 75%를 차지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빌리티, 철강 같은 첨단 신산업이 몰려 있다. 이 지역들은 기본적으로 대기업들이 알아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잘 해나가야 한다.
내 고민은 고작 25%에 불과한 나머지 11개 시군이다. 서해안 수산업, 내륙의 농림축산업을 하는 곳들이다. 도지사라면 당연히 이 불균형을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의 균형'을 고민하게 된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이다. 현장에서 기업인을 만나면 'AI 시대라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늘이 막막하다'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과 AX 대비를 지방정부가 돕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을 생각했다. 세 번째는 '산업과 사람의 균형'이다. 우리가 DX 시대를 지나오며 격차 극복을 외쳤지만, AI 시대는 이 균형을 빨리 잡지 못하면 초격차는 영영 극복하지 못할 거라는 엄청난 두려움이 들었다.
이것이 충남형 '3대 균형(산업과 사람,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과 전통산업)' 전략이다. 다른 시도지사의 구상을 다 뜯어봐도 이런 균형 중심 모델이 없다. 그래서 '이것만 성공시키면 다들 우리를 배우러 오겠구나' 싶어 자신 있게 'AI 수도 충남'을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최 의원처럼 2년 전부터 완벽하게 준비한 선구자들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며, 아주 극적으로 충남에 반영된 기획 예산을 마중물 삼아 충남형 대전환 모델을 멋지게 성공시켜 보겠다.

◇김경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실장)=박수현 지사가 말한 충남형 '3대 균형' 모델을 들으며, 국가 정책을 짜는 실무자로서 정말 깊은 공감을 했고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국가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반도체와 초거대 AI 생태계를 닦는 '공급 측면'의 국가 전략에 치중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AI가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일자리 소외나 인간 중심의 통제력 상실 같은 부정적인 사회 부작용과 격차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도 최근 단순히 인프라를 지어주는 공급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 누구나 안전하게 체감할 수 있는 수요 중심 '보급 3특(수요 및 체감)'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모두의 AI'나 디지털 권리장전 같은 개인의 접근성과 리터러시를 높이는 정책이 바로 그 일환이다.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가 고민일 것이다. 과기정통부도 지역별 5년 단위의 대규모 AX 보급 프로젝트 기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단순히 서울의 훌륭한 AI 기업을 모셔와 지방의 전통 산업에 일시적으로 기술을 이식(DX·AX)하는 껍데기뿐인 결합만으로는 자생적인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
본질적 해결책은 결국 '정주 여건'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나 광주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뼈저리게 느낀 점은 물과 전기와 땅 같은 물리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지어놓아도 일할 핵심 인재들이 교육이나 문화,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서울과 판교로 다 떠나버리면 생태계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앞으로 에너지나 토지, 규제 완화 같은 거시적인 지원을 책임진다면 지방정부에서는 인재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머무르며 일할 수 있는 매력적 정주 메리트를 만드는 데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과기정통부 역시 AX 대학원이나 AI 융합 중심 대학 등을 선정할 때 지방 대학들을 적극적으로 우선 배려하고 있다. 지역 인재들이 그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고 온전히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다지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사회=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질적 AX 격차와 상생 방안에 대한 의견과 글로벌 스탠다드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디지털 인프라와 AX의 격차 문제는.

◇신계영(삼성SDS 부사장)=삼성SDS는 그동안 국회 AI 의정 플랫폼이나 행안부 초거대 AI 공통 기반 플랫폼 구축을 리딩해 왔다. 현장에서 기업들의 AX 추진 과정을 직접 지켜보면서, 최근 시장 패러다임이 아주 급격하게 바뀌고 있음을 절감한다. 작년까지 많은 기업이 기존 업무에 AI를 살짝 가미해서 효율을 높이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올해부터 선도 기업은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AI 관점에서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그리는 'AI 네이티브(AI Native)' 전면 재설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프로세스 전반을 AI 에이전트 환경에 맞게 뜯어고쳐야 진짜 진정한 의미의 AX 대전환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장에서 사회적 역할은 어느 업종에서나 쓸 수 있는 표준 업무 프로세스를 발굴해 표준화·자산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통 자산들을 중소기업에 싸고 빠르게 유통해 격차를 메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마켓플레이스'의 활성화다. 70만 공무원이 사용하는 행안부 공공 플랫폼에도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 대기업의 검증된 표준 자산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학계가 만든 다양하고 창의적인 특화 기술들이 이 플랫폼 안에서 쉽게 온보딩되고 쓰인 만큼 정산되는 민관학 상생 생태계가 정착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혁신의 발목을 잡는 뼈아픈 규제 두 가지만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고자 한다. 첫째는 금융권의 망분리 규제다. 글로벌 프론티어 AI 모델을 도입하려 해도 강력한 망분리 샌드박스에 가로막혀 온프레미스 환경으로만 가둬 써야 하니 금융 혁신 속도가 너무나 더디다. 둘째는 반도체나 조선 등 국가 핵심 기술 지정 업계에 대한 제약이다. 글로벌 오픈AI나 제미나이 같은 모델을 사용하려 해도, 국가 핵심 기술 보호라는 명목 하에 모델의 국내 구동, 한국 내 데이터 레지던시, 운영 인력의 국내 제한이라는 3대 기준에 묶여 있다. 개별 기업은 이미 나갈 데이터와 나가면 안 되는 핵심 기밀을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내부 관리 체계를 다 갖춰가고 있다. 혁신 속도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보안 통제가 확인된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이러한 규제들을 현실에 맞게 과감히 완화해 주길 강력히 건의한다.

◇왕중식(IBM컨설팅 대표)=지난 20년 동안 싱가포르 정부와 캐피털 마켓 AI 투자를 자문하다 올해 7월 25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두 달 동안 지켜본 한국 시장의 느낌은 마치 '호주에서 캥거루를 보는 느낌'처럼 매우 독특하고 고립된 특수성이 느껴졌다.
이를 AI 밸류체인 관점에서 짚어보겠다. 첫째 업스트림(디지털 인프라·데이터센터)의 한계와 주권(Sovereignty) 집착이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한국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인프라를 투자하려 하지만 한국은 강력한 소버린 규제로 인해 글로벌 자본 유입률이 고작 10% 미만으로 극히 제한돼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테마섹이나 국부펀드를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컴퓨팅 인프라 지분의 20%를 직접 장악하고 글로벌 펀드를 유치해 빠르게 확장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한정된 국가 세금과 로컬 자금으로만 컴퓨팅 인프라를 충당하려는 주권 고수 방식이 오히려 한국의 인프라 대형화를 가로막는 병목을 낳고 있다.
둘째 서울과 지방 간 극심한 인프라 격차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AWS, MS 등)들은 안정적 클라우드 이중화를 위해 60㎞ 이내 삼각형 구도의 데이터센터 3개를 구축하는 가용성 존(Availability Zone) 요건을 필수로 본다. 서울은 글로벌 3~4위에 달할 정도로 훌륭하지만, 규제와 전력 한계로 더 이상 데이터센터를 지을 라이선스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 지방으로 가야 하는데 그 다음 순위인 부산조차 가용성 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경쟁력 순위가 한참 밀린다. 자카르타, 방콕, 조호바루 같은 도시들에 비해 한국 지방 도시들의 디지털 인프라 가용 환경은 의외로 대단히 열악하다.
셋째 클로즈드(Closed) 모델 고집의 위험성이다. 싱가포르 국립대 의대 역시 환자 보안 문제로 폐쇄적인 자체 모델을 고집했지만, 결국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글로벌 오픈 모델들의 퍼포먼스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성과가 뚝 떨어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샌드박스를 과감히 열어 오픈 모델을 가져다 쓰되, 거버넌스와 리스크를 기술적으로 매니징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꿨다. 한국 기업들도 클로즈드에만 갇혀 있으면 글로벌 격차를 메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을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구축한 '내셔널 AI 커미티' 방식의 톱다운 투자를 제안한다. 대기업은 이미 알아서 마진의 15~20%를 AI로 확보하고 있으니, 국가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정부 예산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실제 AX 트랜스포메이션과 통신사 인프라 연계 사업에 직접 투입해 줘야 격차를 이겨낼 수 있다.

◇권순일(업스테이지 CSO)=AI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개발과 사용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매우 비싼 기술이다. 패스트 팔로어의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만약 대기업 위주로만 지원을 몰아준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글로벌 기술 리스크에 생태계 전체가 그대로 노출되는 취약성을 안게 된다.
원천 기술과 특화 버티컬 모델을 개발할 때 우리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벽은 '도메인 데이터의 절대적 부족'이다. 사람으로 치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고등학교 공통 교육 과정이고, 특정 산업 분야(제조, 화공 등)의 전공 모델은 대학 전공 과정이다. 대기업조차 '우리 공장에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가져오지만, 중복 데이터를 제거하고 나면 실질 학습에 필요한 코퍼스(Corpus) 데이터 양이 고작 수십억 토큰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정도 양으로는 파인튜닝을 해도 모델이 제 성능을 낼 수가 없다.
대표적 예로 제조업에서 가장 원하는 '수치 도면 자동 해석 및 추론 AI' 유스케이스가 있다. 현재 세계 그 어떤 프론티어 AI조차 이 도면을 제대로 인식·해석하지 못한다. 제조업체들의 도면 데이터를 다 받아서 추론 학습을 시킬 수 있는 비용과 툴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별 공장에 갇혀 있는 공통 도메인 데이터를 표준화해 비식별로 취합해 주고, 국가가 마중물 예산으로 이를 선학습시킨 '공통 산업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해 배포해야 한다.
또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은 직무 특성상 완전 재택근무가 보편화돼 인재들이 전국 각지에 그냥 흩어져 살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기술만 지방에 던져준다고 해서 스타트업이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 정주 요건과 함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매출 구조'를 만들어 주는 마중물 정책이 반드시 연결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시대 개인 간 격차는 결국 '비판적 AI 리터러시'에서 발생할 것이다. AI가 짜준 코드나 텍스트를 무비판적으로 받아 쓰는 주니어 개발자와 AI의 산출물 퀄리티를 정확히 리뷰하고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고급 경험을 쌓은 시니어 간 격차는 앞으로 단순 생산성을 넘어 지식 소유권과 부의 격차를 근본적으로 심화시킬 것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 퀄리티 리터러시 경험 차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김동현(데이톤 대표)=에너지 절감 기술을 개발해 현재 국내 메이저 13개 정도 데이터센터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세계적으로 검증된 기술을 갖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우리를 찾아와 같이 사업을 하자고 할 때마다 겪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허칭(기술 탈취)'이다. 아주 작은 돈을 던져주고 핵심 기술만 슬쩍 빼가려는 꼼수다. 대기업의 이러한 기술 탈취 시도로부터 중소기업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호망이 절실하다.
또 하나는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하는데 냉정한 현실을 알아야 한다. 정말 큰 초대형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는 이미 글로벌 고객들이 전기를 선점해 싹 다 가져갔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들은 '몇 기가바이트급 인프라를 짓겠다'고 발표만 요란하게 해놓고, 정작 그 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AI 서비스를 집어넣을지 서비스 모델조차 결여돼 있다. 하드웨어 설계 자체도 과거 방식으로는 절대 안된다. 새로 나오는 엔비디아 블랙웰(베라비안) 같은 칩들은 발열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렉 설계와 하중 설계를 전면적으로 다시 바꿔야만 한다. 우리 같은 특화 기술을 가진 기업이 지역에 안전하게 둥지를 틀고 공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중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황희(카카오헬스케어 대표)=의료나 헬스케어 영역은 전통 산업과 첨단 산업이 아주 날카롭게 맞부딪히는 곳이다. 미국 병원들은 AI를 말할 때 대체가 아닌, 사람의 한정된 리소스를 돕는 '오그멘티드 인텔리전스(증강 지능)'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일례로 충남도 북부와 남부·내륙 간 의료 격차가 심각하다. 인구 1000명당 의사나 간호사 수 통계를 보면 차이가 엄청나다. 우리가 태안과 서산에 매달 팀을 보내 만성질환 노인을 돌보는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3년 가까이 무료로 운영하는 이유도 바로 기술로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기업 관점에서 정부 정책에 바라는 바는 '예측 가능성'을 달라는 것이다. 정권이나 시절에 따라 정책이 180도 뒤집어지는 불확실성이 있으면 기업은 절대 투자하지 못한다. 그리고 정부가 자꾸 플레이어로 직접 뛰고 싶어 하는 욕망을 보이는데 정부가 삼성SDS보다 데이터센터를 잘할 리 없고 업스테이지보다 모델을 잘 만들 리 없다. 정부는 룰을 세팅하고 페어한 운동장을 감시하는 심판 역할에만 집중해야 한다. 또 지방 보건소나 의료원의 일선 실무자들이 AI 리터러시가 없으면 아무리 도지사가 좋은 사업을 결단해도 현장 딜리버리 채널에서 다 막혀버린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와 모델, 컴퓨팅 파워는 '곱셈 관계'라서 하나만 0이 돼도 결과는 '0'이다. 과기정통부 데이터 스페이스 사업을 통해 20년 치 임상 데이터가 잘 정비돼 있으니, 이를 더 개방해서 기업이 보안 환경 밖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

◇이선영(로보티즈 부사장)=로봇은 머리 좋은 AI의 지식을 받아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고 물리적인 행동을 구현하는 끝점이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힘들고 어려운 3D 직종부터 차례대로 대체하고 있다. 예전 로봇은 안전 펜스를 치고 사람과 분리되어 일했지만, 지금은 사람과 공존하는 협동 로봇, 서비스 로봇 시대로 완전히 넘어왔다.
로봇 규제 완화는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빨리 움직여서 이제 자율주행 로봇이 인도와 횡단보도를 합법적으로 다닐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바뀐 규제에 대한 인식과 홍보가 현장에 전혀 안 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 로봇이 강남에서 자율주행 배달을 하고 있으면 바뀐 법을 전혀 모르는 일선 경찰관과 공무원이 로봇을 붙잡고 제지한다. 우리가 직접 '경찰청에서 풀어주신 겁니다'라고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로봇은 경험(데이터)을 먹고 자란다. 조금 어설프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자꾸 굴려봐야 데이터가 쌓이고 로봇이 스스로 학습해 진화한다. 그런데 데이터가 없으니 진화 속도가 늦어진다. 게다가 공공기관에 로봇을 한 대 도입하려 해도 금융권과 똑같이 무시무시한 망분리 규제에 걸려 시스템 연동조차 못 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자체와 일선 공무원이 바뀐 법규를 정확히 인지하고, 우리 지역 도로를 열어 조금 투박하더라도 현장 실증 기회를 대폭 열어줘야 로봇도 생태계도 진화할 수 있다.
◇사회=대기업과 스타트업, 공공의 혁신이 실제 맞닿아 돌아가려면 결국 이를 뒷받침할 핵심 전문 인재가 필수다. 지속 가능한 인재 양성 생태계 구축 방안은.

◇이지형(성균관대학교 AI대학원장)=오늘 현장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평소 고민이 다 나온 것 같다. 우선 우리는 'AI 대전환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질문해 봐야 한다. 흔히 AI가 우리의 삶 속으로 쑥 들어오는 기술 이식을 대전환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본질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이 들어옴으로 생기는 '인간의 역할 변화와 프로세스 재정의'가 진짜 대전환의 핵심이다. 'AI가 들어왔는데도 나는 예전과 똑같이 일할 수 있어'라고 한다면 대전환이 아니다. 내 역할이 바뀌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전면적으로 재구성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이를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지원으로 8년 전 처음 설립돼 현재 전국에 총 10개가 운영 중인 AI 대학원 사업은 국가 인재 양성 사업 중 단연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충남도 역시 이러한 인재양성 성공 패턴을 도정에 적극적으로 이식해야 한다. 목표로 하는 특화 분야를 명확히 타깃팅하고 일반인, 학부, 대학원을 모두 아우르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즉시 돌려야 한다.
특히 이 시대는 학교에서 온전히 키워낸 인재를 기업에 툭 던져주는 과거 이분법적 교육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기술 혁신 속도가 너무 빨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회사에 가서 그대로 써먹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교와 기업의 오버랩 구간이 매우 넓어졌다. 과거와 완전히 다르게 대학과 기업이 매우 유기적이고 강력하게 결합된 혁신 생태계(Tight Coupling)를 닦아야만 한다. 충남도 이 타이트 커플링 모델을 대학과 산업 현장 사이에 선도적으로 연결해 낸다면, 낙후된 내륙과 남부 지역의 전통 산업까지 손쉽게 혁신하는 압도적인 교두보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토론에서 나온 소중한 제안들이 정부와 지자체 정책에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령탑의 종합 답변을 듣고자 한다.
◇김경만=결국 대한민국 AX 정책의 가장 깊은 종착지는 데이터와 AIDC(AI 데이터센터)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황희 대표가 짚어준 데이터 가치와 개방성 확대 요구에 깊이 공감한다. 기업이 자신들의 핵심 자산인 고가치 데이터를 유출 걱정 없이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데이터 안심 구역'과 '데이터 스페이스' 사업을 대폭 활성화하겠다. 보안 샌드박스 안에서 안전하게 결합·실증하고 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기술적 통제 장치를 촘촘히 닦겠다.
또 김동현 대표가 우려한 AIDC의 주도권 이슈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단순히 건물만 짓고 외산 GPU 임대 사업자로 전락하는 단순 코로케이션 모델을 넘어서야 한다. AIDC 인프라 위에서 구동되는 핵심 기술과 모델이 반드시 우리 국산 모델이어야 하고, 이를 제공하는 인프라 역시 한국의 자체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들이 모델 개발사와 시너지를 내며 동반 안착하는 진정한 한국형 인프라 주도권 구조를 설계하겠다.
규제와 법제화에 있어서는 유럽의 인공지능법 등 글로벌 규제 파고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장벽이 되지 않도록 사전 대비 체계를 철저히 마련하되, 국내 생태계에 대해 규제 중심이 아닌 성장을 뒷받침하는 '진흥과 사전 R&D 지원 중심'의 입법 정책을 일관되게 지켜가겠다.
◇박수현=대기업의 'AI 네이티브' 관점의 재설계 트렌드부터 정주 여건의 중요성, 데이터 곱셈의 원칙, 산학의 유기적 결합(Tight Coupling)까지, 오늘 정말 한 단계 성장하는 엄청난 배움을 얻고 간다.
잊지 못할 영광이자 최고의 소득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한 자신감을 얻었다. 충남이 선포한 인력·전력·수력을 아우르는 '삼력(三力) 혁신'을 바탕으로, 오늘 배운 내용들을 도정에 전면 반영하겠다. 특히 이 AI라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혜택이 가장 낙후되고 소외된 도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닿을 수 있게 만드는 '따뜻한 AI 체감 모델'을 충남에서 반드시 입증해 보이겠다.
예컨대 우리 공주시 이인면 구합리 같은 시골 동네가 있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만성질환 처방을 받으러 가려면 하루에 딱 두 대 들어오는 시내버스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나와 병원 계단 밑에서 달달 떨며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의사 진료 5분, 약 타는 데 10분이면 끝나는 일인데도 돌아올 버스가 없어 온종일 읍내에서 고통스럽게 시간을 버린다. 이분들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AI 기술이 이 절망적인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드려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이 동네에 스마트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결합하고 싶다. 어르신이 차에 타는 즉시 건강 데이터가 연동되고, AI가 동네 병원들의 대기 상황을 스마트하게 스케줄링해서 대기 없이 처방을 마친 뒤 곧장 댁으로 편안히 모셔드리는 '통합 케어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김경만 실장으로부터 'AI 규제 프리존'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두 귀가 번쩍 뜨였다. 우리 기업들이 꽁꽁 묶인 규제 장벽 때문에 숨도 못 쉬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충남의 쟁쟁한 특화 산업 현장에 이 프리존을 싹 얹어버리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과감한 '충남형 AI 규제 프리존'을 기획하고 정책화해서 충남에만 오면 그 어떤 규제 눈치도 안 보고 마음껏 혁신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글로벌 넘버원 테스트베드 타운'을 확실하게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여기에 더해 공직 사회가 로봇과 AI를 더 기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의 문을 활짝 열고 충남에 있는 28개의 훌륭한 대학 및 이 자리에 함께한 글로벌 혁신 리더들의 지혜를 온전히 연결하겠다. 향후 10년 내 충남 땅에서 이 따뜻한 삶의 변화를 완성해 보임으로 충남이 왜 대한민국의 진정한 'AI 수도'인지를 확실하게 증명하겠다.
정리=양승민·이인희 기자 sm104y@etnews.com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