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中, 배터리 소비세 첫 시행…'전기차 특혜 시대' 끝나고 유·전기차 경쟁 본격화

중국이 9월 1일부터 배터리에 소비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세율은 우선 2%로 크지 않아 보이지만, 중국 신에너지차(NEV) 산업에는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장기간 이어져 온 각종 세제 혜택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중국 자동차 시장이 이른바 '유전동권(油电同权·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세제·제도상 경쟁 조건을 보다 공정하게 맞추는 것)'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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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세무총국이 지난 7월 16일 공동 발표한 배터리 소비세 정책 조정안. 〈출처:36kr〉

단기적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추가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가격과 완성차 가격, 차량 사양,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1년 만에 끝난 리튬이온 배터리 소비세 면제

이번 정책은 중국 재정부와 해관총서, 국가세무총국이 지난 7월 16일 공동 발표한 배터리 소비세 정책 조정안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26년 9월 1일부터 수은이 없는 일차전지, 니켈수소 축전지, 리튬 일차전지, 리튬이온 축전지, 전 바나듐 레독스 플로 배터리 등에 대해 2% 소비세를 부과한다. 세율은 2027년 9월 1일부터 4%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약 11년간 소비세 면제 혜택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만큼, 더 이상 단순한 비용 경쟁력만으로 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소비세를 산업 구조 조정 수단으로 활용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연료전지 등 차세대 기술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한 대당 수백 위안…그러나 완성차 업계에는 부담

현재 중국 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가격은 대략 1Wh당 0.36~0.40위안 수준으로 거론된다.

60kWh 배터리팩을 탑재한 순수 전기차를 기준으로 배터리 비용은 약 2만2000~2만4000위안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2%의 소비세가 부과될 경우 추가 비용은 약 440~480위안 수준이다. 겉으로 보면 완성차 한 대 가격에 비해 크지 않은 금액이다. 차량 판매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중국 자동차 업계 수익성이 이미 매우 낮다는 점이다. 2026년 1~5월 중국 자동차 완성차 제조업계 평균 이익률은 약 1.5%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 차량 한 대당 이익이 수천위안에 불과하고, 심지어 수십위안 수준인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소비세 2%는 절대 가볍지 않은 부담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극심한 가격 경쟁과 이른바 '네이쥐안(内卷·과도한 경쟁)'에 빠져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도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비용을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만~30만위안 전기차가 가장 민감

소비자 가격 측면에서도 차급별 영향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10만위안 이하 보급형 전기차의 경우 수백~1000위안 정도 가격 상승도 차량 가격 대비 약 1%에 해당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가격 인상은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도 쉽게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반면에 30만위안 이상 고급 전기차는 수백위안 추가 비용이 전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가장 고민이 깊어질 구간은 10만~30만위안대 중간 가격대 전기차다. 완성차 업체가 가격을 올리자니 판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하자니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완성차 업체가 소비세 부담을 흡수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차량 가격이나 기본 사양, 할인 정책 등에 비용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완성차·배터리 업체, 소비세 부담 놓고 치열한 협상

배터리 소비세는 단순히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나아가 소재 업체까지 비용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치열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세 시점은 계약 체결 시점이 아니라 배터리 출하와 송장 발행 시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즉, 이전에 3~5년짜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9월 1일 이후 출하되는 배터리는 새로운 소비세 부과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체결돼 3분기부터 연말까지 공급될 예정이었던 기존 장기 계약 물량 경우, 예상하지 못했던 신규 세금인 만큼 완성차 업체가 추가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에 7월 정책 발표 이후 새롭게 협상된 4분기 공급 계약에서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추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2선 배터리 업체 경우에는 완성차 업체가 60%, 배터리 업체가 40%를 부담하는 식의 합의도 거론된다.

배터리 업체들, 잇따라 가격 인상

정책 시행이 다가오면서 일부 배터리 업체들은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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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 Energy가 발표한 '일부 배터리 소비세 정책 조정에 관한 공고'. 〈출처:36kr〉

이브에너지(EVE Energy)는 7월 27일 소비세 비용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내용의 조정 안내를 발표했다. 9월 1일부터 중국 내 판매되는 배터리 제품에 기존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2% 소비세를 추가 반영하겠다는 내용이다.

리선배터리 쑤저우 법인도 8월 18일 고객사에 안내문을 보내 9월 1일부터 2% 소비세와 관련 부가 세금을 추가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CATL 역시 가격 조정 움직임을 보였다. 314Ah 배터리 셀 가격은 8월 1일부터 1Wh당 0.414위안에서 0.423위안으로 약 2.17% 인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소형 배터리 업체들도 이에 맞춰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 판매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으면서도 늘어난 배터리 비용을 모두 흡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법은 자체 배터리 생산?

이런 환경에서 자체 배터리 생산 능력을 보유한 완성차 업체들 경쟁력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BYD와 지리, 체리자동차 등은 자체 배터리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행 정책에 따르면 납세자가 직접 생산한 과세 대상 배터리를 다시 과세 대상 배터리 제품의 연속 생산 과정에 사용하는 경우 일정 조건 아래 소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완성차 그룹 내부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이 자체 계열사 배터리팩 생산 과정으로 이어지는 경우, 중간 단계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과 자금 점유를 줄일 수 있다. 외부에서 배터리 셀을 전량 구매해야 하는 완성차 업체와 비교하면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을 보유한 대형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소비세는 완성차 업체에서 배터리 업체로, 다시 소재 업체로 비용 부담이 전달되는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협상력이 약한 중소형 배터리 업체와 소재 업체가 가장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전동권’ 시대의 시작

소비자 입장에서 9월 1일 이전과 이후에 전기차를 구매한다고 해서 체감할 정도의 극적인 가격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차량 한 대당 차이는 수백~1000위안 수준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변화는 더 중요하다.

이번 소비세 부과는 소비자들에게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전기차는 정책 덕분에 계속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가 약화되고 있다. 둘째, 자동차 구매 시 단순히 차량 가격만이 아니라 구매세와 배터리 관련 세금, 차량·선박세, 중고차 잔존가치 등 전체 비용을 함께 따져봐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만 세 번째 ‘정책 브레이크’

중국 NEV 시장에는 올해 들어 정책 지원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구매세 혜택 축소였다. 2026년 1월 1일부터 중국 NEV 구매세는 기존 전액 면제에서 감면 방식으로 전환됐다. 차량 한 대당 세금 감면 한도 역시 기존 3만위안에서 1만5000위안으로 줄었다.

두 번째는 차량·선박세 혜택 축소다. 중국 정부는 2027년 1월 1일부터 순수 전기 상용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등에 대한 차량·선박세 면제 혜택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이번 배터리 소비세 도입이다. 중국 세제 정책이 차량 구매부터 차량 운행, 배터리 생산에 이르는 전체 산업 체인에서 단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순수 전기차 질주, 다시 감속할까

2026년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는 순수 전기차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중국 NEV 침투율이 3개월 연속 60% 이상을 기록하면서 순수 전기차가 시장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중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순수 전기차 전략을 강화했다. 대형 SUV를 중심으로 순수 전기차 신차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25만~45만위안대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소비세가 추가되면서 빠르게 성장하던 순수 전기차 시장이 다시 한번 정책적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번 정책이 순수 전기차 시장 성장 자체를 꺾기보다는 과도한 가격 경쟁과 공급망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 혜택 경쟁에서 제품 경쟁으로”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는 이번 정책 변화를 중국 자동차 산업의 '유전동권' 개혁이 본격화되는 상징적인 단계로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에 똑같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량의 기술적 특성, 배출 특성, 사용 환경 등을 고려하면서 권리와 책임, 세금 부담을 보다 균형 있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NEV는 이제 시장 침투율 60% 이상을 기록하는 주력 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에 의존하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시장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매세 혜택 축소, 차량·선박세 감면 종료, 배터리 소비세 도입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결국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 기준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는 세제 혜택보다 연비와 전력 효율, 제품 완성도, 가격 경쟁력, 신뢰성, 중고차 가치 등 실질적인 제품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중국 NEV 산업의 '무조건적인 특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놓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보다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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