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에코프로 역시 작은 벤처기업이었습니다. 당시 벤처 생태계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후배 혁신 기업들에게 되돌려주며, 국가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사명입니다.”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는 영남대 교수와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대학기술지주 대표를 역임하며 오랜 기간 지역 강소기업 육성에 매진해 온 '현장형 지식인'이다. 수많은 우수 기업을 발굴하고 밸류업을 지원해 온 그가 현장에서 느낀 마지막 갈증은 다름 아닌 '투자'였다. 고교 동기이자 에코프로 창업자인 이동채 전 회장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제안은 이 대표에게 남은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완벽한 기회였다.

이 대표는 “에코프로파트너스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에코프로 그룹의 '선행 연구소'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그룹 가족사를 활용해 개념증명(PoC)과 사업화, 전략적 구매를 지원한다. 동시에 에코프로 그룹에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주는 오픈 이노베이션 창구 역할을 하며, 지난 6년간 두 가지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해 오고 있다.
성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설립 3년 만에 운용자산(AUM) 1000억 원을 돌파했고, 1년 반 만에 투자금의 약 5배 수익을 낸 성일하이텍을 비롯해 한중NCS, 한국피아이엠, 민테크, 소울머티리얼즈 등 탄탄한 성공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단기간에 탁월한 운용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들이 가지 않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향한 선택과 집중이 있었다. 이 대표는 “후발주자로서 수도권 대형 VC들과 정면승부하기보다, 산업의 뿌리인 '지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제조 섹터'를 집중 겨냥했다”며 “전동화와 탈탄소를 두 축으로 삼고, 이를 'MBA(Mobility·Battery·AI)'로 좁혀 집중 투자한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는 단연 '창업자의 역량'을 꼽았다. 이 대표가 정의하는 '좋은 창업가'란 인류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뚜렷한 비전을 품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특히 그는 “세상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결코 혼자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다”며 “필요한 인재를 과감한 보상으로 영입하고, 외부 기업 및 연구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려는 '오픈 마인드'를 갖추었는지가 핵심 포인트”라고 역설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도 이 대표의 시선은 융합형 기업과 '물리적 인프라'를 향해 있다. 자본이 수도권의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에 쏠려 있지만, 정작 AI를 현실로 구현하고 떠받치는 것은 배터리, 전력, 모터 등 제조업이라는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단순화하면 AI는 '머리(뇌)'에 해당하고, 모터와 배터리는 '몸통과 근력'에 해당한다”며 “뇌에 몸통과 근력을 붙이고 발을 달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되고, 바퀴를 달면 자율주행차, 블레이드를 달면 UAM(도심항공교통)이 된다”고 했다. 이어 “AI 자체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 승산이 낮을 수 있지만, 몸통과 근력에 해당하는 제조업 분야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쥐고 있다”며 “향후 전력, 데이터센터, 배터리, 반도체 등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인 물리적 인프라 산업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와 에코프로파트너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지역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첨단 제조기업을 발굴해 '제2, 제3의 에코프로'로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 생태계가 스스로 굴러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에코프로파트너스는 그간의 역량을 인정받아 2000억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지역전용 분야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이 대표는 “이번 펀드 선정을 발판 삼아, 다가오는 2030년까지 누적 AUM 1조 원 규모의 '초일류 벤처캐피털'로 도약할 것”이라며 “벤처 생태계 동반자로서, 세상을 바꿀 혁신 기업들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