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레디로버스트 연구소장 인터뷰
삼성중공업-볼보그룹서 유압 시스템 한우물
“에너지 효율 기술로 건설 장비 전동화 앞장”
“중장비의 핵심인 유압 시스템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전자유압 기술 개발로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열렸습니다. 전자유압 시스템은 중장비 업계의 '반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설 장비 에너지 효율 기술 기업 레디로버스트머신(대표 정태랑)에서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진욱 전무는 35년 경력의 유압 시스템 전문가다. 1989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유압 시스템에서 사람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메인 컨트롤 밸브를 국산화하는 데 기여하며 삼성그룹 기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 볼보그룹이 삼성중공업 중장비부문을 인수한 이후에는 스페셜리스트(최고기술자)에 이름을 올리며 특허로 그룹 회장상을 받기도 했다.

정년퇴직 후 안정적인 은퇴 생활을 즐길 법도 했지만 김 전무 내면에는 평생을 바쳐 완성한 좋은 기술을 더 완벽하고 새로운 기술로 재탄생시키고야 말겠다는 엔지니어 특유의 뜨거운 열정과 욕심이 여전히 숨 쉬고 있었다.
때마침 정태랑 대표가 내민 손은 그 본능을 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엔지니어로서 최고 영예인 볼보그룹 기술상과 특허상을 잇달아 거머쥐고도 과감히 창업에 뛰어든 정 대표의 역량을 일찍이 꿰뚫어 보고 있던 김 전무는 레디로버스트머신이 제시한 파격적인 비전에서 자신의 끓어오르는 열정을 쏟아부을 완벽한 무대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합류를 결단했다.
김 전무는 “육중한 건설 장비는 움직이는 데만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건설 현장 특성상 어떤 이유로든 멈춰 있기만 해도 그 역시 사업자 입장에서는 손해로 작용한다”면서 “레디로버스트머신은 전자 유압 제어 기술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가능한 장비 운용 환경까지 구현했다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비전 있는 회사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디로버스트머신의 에너지 효율 기술이 혁신적인 이유를 말하며 전기차의 '캐즘' 현상을 예로 들었다. 건설 장비도 전동화 흐름이 일고 있지만 아직은 값비싼 배터리 비용과 제한된 운용 시간, 수시 충전에 따른 불편함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전기차 업계가 주행거리 확대, 가격 경쟁력, 충전 인프라 보급으로 캐즘을 극복하려 하듯 건설 장비도 연비 절감을 통해 비용 측면에서 메리트를 제시하면 전동화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하나씩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면서 “나아가 이미 탄소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된 유럽의 예처럼 연비 절감과 탄소 배출 저감은 그 자체로 건설 업계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도 레디로버스트머신이 10년, 20년 후를 내다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산 중 하나다. 건설 장비의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비가 생명인데 지금까지는 경험에 의존하거나 사후조치가 전부였다. 레디로버스트머신 솔루션 도입 이후 기존에는 모르고 지나친 정보를 데이터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정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혔다.
김 전무는 “공항 관제탑에서 수백 대 비행기를 모니터링하듯 건설 장비도 그 정도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측정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지금은 예지보전에 주로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앞으로 고객이 원하는 그 이상으로 무궁무진한 데이터 매니지먼트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레디로버스트머신은 김 전무 합류 이후 주력으로 공급하는 솔루션의 제조원가 절감, 경량화 등 내실을 다지면서 사업 확장성을 높여가고 있다. 볼보는 물론 글로벌 1위 캐터필라까지 모든 제조사 장비와 호환되는 기술력에 더해 엔트리 레벨에서 하이엔드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김 전무는“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어디에나 가성비를 중시하는 관점은 있기 마련”이라며“기술은 최고를 지향하되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춰 한 곳이라도 더 혁신을 전파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조만간 일본,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좋은 소식으로 들려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도 품질 관리 차원에서 고객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스타트업은 좀 더 민첩하면서도 현장과 긴밀하게 닿아 있어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고객의 진짜 고충을 알게 됐다”면서 “기술로 무엇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표가 있겠지만 결국 '고객 만족'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