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10조원에 달하는 주주환원을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주주환원 이후에도 최대 139조원 현금을 보유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시가총액 기준으로 현대차, GM 등 완성차 업체를 통째로 사들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르노그룹 몸값의 8배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삼성전자의 초격차를 이어갈 수 있는 대형 인수합병(M&A)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30조원 안팎의 현금배당을 시작으로 2026년 주주환원에 최대 11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주주환원 잔여 재원 90조~110조원은 3년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에서 2024~2025년 이미 시행한 주주환원액 29조3000억원을 제외한 액수다. 역산하면 주주환원액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인 최대 139조3000억원 가량이 회사 몫으로 남는 셈이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공장 건설과 생산장비 도입 등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본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이다. FCF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뿐 아니라 M&A, 전략적 지분 취득,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주주환원 기준으로 제시한 초과현금은 보유현금 가운데 투자와 영업, 재무 안정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FCF와 산정 기준이 다르다.
메모리 호황으로 현금이 급증한 SK하이닉스가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약 20조원 규모의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8조원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면서 자금을 굴릴 별도의 운용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현금 자산 규모가 더욱 크다. 주주환원 재원을 제외한 3년간의 FCF는 최대 139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그룹의 몸값은 약 2조원 상당이다. 젤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최근 삼성전자의 크고 작은 M&A 거래액을 모두 더해도 현금 창출력에 비하면 수조원대에 불과하다. 2년여간의 투자 활동분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100조원 이상의 현금 동원 여력이 남았을 것라는 것이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시장 관심은 자연스레 삼성전자발 초대형 '빅딜'에 쏠린다. 삼성전자는 3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첨단로봇과 메드테크,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 4대 미래 성장 분야에서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주환원 시행계획에서도 “M&A 추진과 현금 규모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신규 주주환원 정책 발표 및 시행 가능하다”고 재확인했다.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과 단순 비교하면 100조원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21일 기준 현대차 시가총액은 약 85조원으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 하단보다도 5조원이 적다. GM의 시가총액은 약 111조원, 르노그룹은 약 14조원이다. HVAC 선두 업체인 캐리어글로벌과 다이킨의 시가총액은 각각 약 70조원, 53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앞서 언급한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투자업계가 현실성 있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빅 딜'이 선택이 아닌 과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은 올해로 종료된다. 당장 내년부터는 새로운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50조~640조원, FCF 전망치는 약 280조~390조원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누적 FCF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안에 수십조원 규모의 대형 M&A나 이에 준하는 투자계획이 있어야만 FCF의 상당 수준을 회사에 남길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면서 “뚜렷한 빅딜 없이 100조원대 현금을 계속 축적할 경우 주주환원율을 더욱 높이라는 요구는 물론 노조의 성과급 인상 압박까지 각종 요구가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