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노동조합(노조)이 8년 동안 이어진 개별교섭 구조로 인한 계열사간 처우 격차 확대를 지적하며 네이버 본사와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통합교섭'을 사측에 공식 요구했다.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 등에서 통합교섭 모델을 구상하면서, IT 노사관계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20일 낮 12시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 1층에서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킥오프를 열었다. 네이버와 계열사 조합원 등 300여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통합교섭 당위성에 대한 발언자로 나선 한미나 부지회장(엔테크서비스 소속)은 개별교섭 구조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 부지회장은 “계열 법인의 핵심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주주와 이사회는 결국 모기업 네이버”라면서 “지난 1년 동안 16개 계열사에서 150차례에 걸쳐 교섭이 진행됐고 소모된 시간만 1000여 시간에 달하지만 네이버 본사가 승인하기 전까지는 계열사 사측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근로환경과 복지 관련 내용을 담은 5대 통합교섭안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 △근무 환경 개선 △안전·보건 제도 개선 △복지 제도 확대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이다.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선 계열사 구성원에게 네이버의 사업 방향과 비전을 공유하는 제도를 요구한다. 근무 환경과 관련해서는 근무 시간·장소 선택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출퇴근과 사무 공간의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행사 직후 사측에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사측의 대응에 따라 향후 행동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노조는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 노조의 파업 등 단체행동 돌입도 시사했다. 네이버제트 노조는 임금동결 철회, 서비스 미래에 대한 소통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한 내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단체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네이버제트가 모기업 스노우와 잠정 합의를 했음에도 사측이 '0% 안'을 고수해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 노동위원회는 2차례에 걸쳐 조정을 진행했으나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네이버제트는 쟁의찬반투표를 진행해 투표율 88.6%·찬성률 98%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밤낮없이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을 이어온 직원들에게 경영진이 임금 동결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투자·사업 결정을 주도한 경영진이 책임지지 않고, 권한 없는 구성원들의 임금을 묶어 손실을 메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8월 말까지 사측의 책임 있는 응답이 없다면 9월 9일을 '제트 행동의 날'로 정해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라면서 “행동 방식은 파업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합원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네이버 노조의 통합교섭 요구가 개별교섭의 한계를 느끼는 IT 기업 노사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서승욱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온) 지회장은 기자와 만나 “네이버 통합교섭 모델은 카카오가 준비 중인 모델과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오 지회장은 기자단 질의응답에서 “통합교섭 모델에 대해 카카오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카카오도 곧 준비해서 통합교섭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통합교섭 모델이 네이버에서 잘 만들어지면 다른 회사도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