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과기정통부·금융위·금감원 조사하는데 또 조사
영업비밀 노출도 우려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골자로 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두고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협회들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당국까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는 상황에서 중복 규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 본지 8월 5일자 1면 참조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온쇼협)는 지난 3일 송재봉 의원이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회원사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인기협은 이번주 안에 의견을 의원실에 전달할 계획이다. 법안이 플랫폼 사업자의 경영 활동과 서비스 운영에 미칠 영향 등을 전달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국내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상생 수준 평가, 갈등 조정, 입점업체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의 취지와 달리 업계에서는 플랫폼이나 이커머스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는 안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부처의 실태조사가 중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사업자를 중심으로 관련 거래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역시 전기통신사업법 제34조의2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시행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플랫폼 등 수수료와 관련한 공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13일 주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현황, 불공정 거래 사례 실태조사를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업체에 대한 조사가 수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기부까지 플랫폼 대상 실태조사에 나서면 유사한 내용을 여러 부처가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태조사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이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개정안에서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수수료나 온라인 플랫폼 이용 현황 등은 플랫폼 기업이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다. 이런 정보가 조사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제출되면 기업 영업비밀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개정안에서 거론되는 상생협의체 역시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 산하에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상설 협의기구가 만들어지면 당초 취지와 달리 사실상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단체교섭과 유사한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동의와 관계없이 협의 과정 참여가 사실상 의무화되면, 계약 자유와 사적 자치 원칙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기업의 서비스 정책 변경에 대한 상시적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
중기부가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정위 고발로 이어지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논란이 여전하다.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제재 기능을 이미 공정위가 수행하는 상황에서 중기부가 별도 조사 권한을 갖고 공정위 고발까지 하면 부처 간 권한이 중복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실태조사 예산을 받고 상시적인 조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에는 기본적인 실태조사 권한이 있기 때문에 업종이나 분야를 따지지 않고 언제든 조사할 수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만 별도로 매년 조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한과 예산이 없다”면서 “상생협력법으로 중기부에 온라인 플랫폼 실태조사 권한이 생기면 상시적으로 예산을 받아 조사할 수 있으니 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