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와 해저케이블 투자가 급증하면서 광섬유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지만 우리나라의 시장 경쟁력은 '빈껍데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통신망 보급률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부가가치의 핵심인 '프리폼' 제조 역량은 전무하다시피해 국가 공급망 안보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AI 시대 주목받는 광섬유, 한국의 현주소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유선 인터넷 회선의 90.5%가 광케이블 기반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 생산 역량은 극히 취약한 상태다.
빛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광섬유는 구리 배선 대비 발열과 신호 감쇠가 적어 AIDC 내부 및 센터 간 연결(DCI)의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AI 서버는 기존 클라우드 서버보다 약 16배 많은 광섬유를 필요로 한다. 글로벌 AI용 케이블 수요도 2029년까지 연평균 26% 성장할 전망이다. 수요 폭증에 힘입어 글로벌 광섬유 가격지수(CRU 기준) 역시 2024년 3월 78.6에서 2026년 3월 263.0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광섬유 제조원가의 60~70%와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모재인 '프리폼(Preform)' 제조 역량에서 한국은 크게 뒤쳐져 있다. 나노미터 단위의 정밀 설계가 필요한 프리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 20개사에 불과한데, 미국 코닝, 일본 스미토모, 중국 기업 등 글로벌 선도기업이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프리폼을 자체 생산하는 기업은 대한광통신 1개사에 그치며, 그마저도 범용 규격에 한정돼 있다. DCI 백본용(G.654.E)이나 해저용(G.654.D), 다심(MCF) 등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 양산 역량은 미흡한 실정이다. LS전선은 프리폼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광섬유 수출액은 2022년 5800만달러에서 2025년 2700만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중국·인도의 저가 공세에 밀려 수출 단가도 하락세다.
미국(BABA 자국산 의무화), 중국(정부조달 국산 우대 20%), 일본(국책 R&D 및 초기수요 창출) 등 주요국이 공공조달과 지원책을 통해 자국 생태계를 육성한 반면, 한국은 소부장 200대 핵심전략기술에 광섬유 소재가 제외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프리미엄 광섬유 프리폼의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지정 및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 △차세대 광섬유(MCF·HCF) 원천기술 국책 R&D 지원 △국가 기간망 사업 내 국산 소재 활용 확대 등 3대 정책 과제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탁은명 산연 연구원은 “현재의 산업구조가 지속되면 급성장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해외 기업에 내주고 범용 저가경쟁에 고착될 우려가 있다”며 “해저망 등 국가 기간망의 핵심 소재를 해외에 의존할 경우 공급망 안보의 취약성도 커지는 만큼 중장기 육성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