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 제도와 제네릭 약가 인하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증시에서는 상장 유지 문턱이 높아지고 의약품 시장에서는 제네릭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자금조달과 수익 기반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도 변화는 연구개발 역량과 안정적인 실적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전망이다. 자체 신약이나 차별화된 제품 없이 제네릭 사업과 증시 자금조달에 의존해 온 기업은 사업 재편에 실패할 경우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건전성을 높이고 제약산업의 혁신을 유도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단기에 변화가 집중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기존 사업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와 시가총액 미달 종목에 대한 상장폐지 규정이 지난달 1일부터 강화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하기 위한 상장폐지 제도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하고 시가총액 기준도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에 미치지 못하거나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이달 12일 기준 주가나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종목은 총 36개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은 CMG제약, 샤페론, 노을, 랩지노믹스, 에이비온 등 코스닥 상장사 5곳이다. 모두 주가가 1000원을 밑돌았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은 주식을 합쳐 주당 가격을 높이는 액면병합 등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 진단기업 노을은 지난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5대 1 주식 병합 안건을 승인했다.
다만 주식 병합은 기업가치나 시가총액을 높이는 근본 해법은 아니다. 주식 병합 이후에도 조정된 액면가를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므로 단순히 주당 가격만 높여 규제를 피하기도 어렵다. 결국 매출 성장, 손익 개선, 유상증자, 기술이전 등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가 뒤따라야 한다.
내년에는 시가총액 기준이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임상개발 지연과 적자가 지속되는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유지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 투자 유치나 신규 사업 협력이 어려워지고 임상개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결국 실적을 개선하고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약가제도 개편도 제약업계가 직면한 또 다른 과제다.
정부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제약산업의 연구개발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제네릭 기본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췄다.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산정률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동일 성분 제네릭의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계단식 약가 인하도 기존 20번째가 아닌 13번째 제네릭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후발 제네릭의 시장 진입 유인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판매 중인 품목도 약가 인하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일수록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을 '준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하고 수익성이 낮아도 공급이 필요한 퇴장방지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에는 '수급안정 선도기업' 지위를 부여해 우대할 방침이다.
제약업계는 약가 개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단기간에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하거나 사업구조를 전환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네릭이 특정 의약품의 공급 부족을 보완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는 역할도 하는 만큼 품목 수 기준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발생했지만 아세트아미노펜 제네릭이 공급 공백을 메운 측면이 있다”며 “제네릭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필수의약품 공급과 품질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소 제약사도 경쟁력이 낮은 품목을 정리하고 개량신약과 위탁개발생산,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