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시장도 '공급망'이 경쟁력...수입 확대 속 국내 생산 기반 가치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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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유럽산 우유의 무관세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우유 시장에서도 수입산 멸균우유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긴 유통기한과 가격 경쟁력이 특징이지만, 수입 제품을 선택할 때 현재 판매가격만 보기보다 환율과 국제 원유·유제품 가격, 물류비, 생산국의 기후와 생산 여건 등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산 우유의 가격과 공급 여건은 국내 시장만의 상황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오르면 수입 비용이 높아질 수 있고, 해상운임과 물류비 역시 국내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주요 생산국의 기상 여건과 생산량 변화도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우유 시장을 단순히 '국산은 비싸고 수입산은 저렴하다'는 가격 비교로만 바라보기보다, 위기 상황에서도 필요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식량안보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조달 능력도 중요하지만, 국제 정세나 기후, 환율, 물류 등 외부 변수로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국내 생산 기반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는지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대표적인 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양국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밀을 비롯한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밀가루 등 원재료를 사용하는 국내 식품과 외식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유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내 우유 자급률은 과거 60%대에서 현재 40%대 중반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평가되며, 국내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수입산 제품의 시장 진입이 확대되면서 국내에서 필요한 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유는 음용유뿐 아니라 제과·제빵, 유제품, 커피와 외식 메뉴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활용돼 국내 생산 기반의 축소가 단순히 마시는 우유의 공급 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국내 낙농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산업이다. 원유 생산에는 농가와 목장뿐 아니라 사료·종축·인력 등 연관 산업과 집유·가공·유통 시설까지 장기간에 걸친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소비가 감소하고 농가와 관련 산업의 기반이 축소된 이후 시장 상황이 바뀌더라도 공장 생산량을 늘리듯 단기간에 원유 생산량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문제는 가격 경쟁력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환율과 국제 유제품 가격, 해상운임과 물류비, 생산국의 기후와 생산 여건 등에 따라 가격과 공급 환경이 달라질 수 있지만, 국내 원유 생산 기반이 유지된다면 외부 공급망에 변화가 발생했을 때 국내 생산과 수입이라는 복수의 공급 경로를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생산 기반이 지나치게 축소되면 국제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때 수입만으로 부족분을 빠르게 보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해외에서도 최근 농업과 축산업을 식량안보를 위한 생산 기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국제 공급망의 취약성이 확인된 데 이어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농업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평상시 국제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식량이라도 위기 상황에 대비해 국내 생산 기반을 일정 수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모든 품목의 자급률을 높이기보다 자국에서 생산 가능한 품목의 생산 기반을 유지해 외부 충격에 대응할 선택지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결국 식량안보는 모든 식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의 기반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필요한 물량은 해외 공급망을 통해 보완하는 데 의미가 있다. 우유 역시 수입산과 국산 중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수입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국내에서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낙농 기반을 유지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산 우유의 경쟁력을 단순히 가격 차이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국내 낙농가가 지속적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과 식량안보 차원의 가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가 국산 우유를 선택하는 것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유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고 낙농가의 지속적인 생산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수입산 우유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시장 환경에서도 국내 낙농 생산 기반을 지키고 적정 수준의 우유 자급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식량안보를 위해 필요한 이유다.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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