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34〉뇌와 기계 사이, 대한민국의 자리는 어디인가

Photo Image
김경진 전 국회의원

상하이에 사는 장씨는 목 아래가 마비된 환자다. 그는 지금 전자상거래 회사 고객상담 업무를 한다. 손이 아니라 생각으로 커서를 움직인다. 머릿속 명령이 화면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0밀리초(ms)가 되지 않는다. 중국 기업 스테어메드가 최근 공개한 사례다. 저장성에서는 20년 가까이 앞을 보지 못하던 40세 여성이 이식받은 시각 인터페이스로 글자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CI는 실험실 시연을 지나 진료와 고용의 문제로 넘어왔다.

지금의 BCI는 단방향이다. 뇌는 말하고 기계는 듣기만 한다. 사람의 의도를 신호로 뽑아내 로봇팔과 커서를 움직이는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하지만 기술의 장기적인 방향은 이미 양방향을 향한다. 인공지능(AI) 기계가 말하고 뇌가 듣는 순간, BCI는 치료 장비에서 입력 장치로 바뀐다. AI도 우주여행도 한때는 SF 소설책이나 극장 안에만 있었다.

산업계는 휴대폰 이후 새로운 UI를 찾느라 분주하다. AI 글래스와 음성 비서와 손목 밴드가 후보로 오르내린다. 모두 감각기관을 한 번 거치는 방식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두드리는 과정이 남아 있는 한 대역폭에는 천장이 있다. 사람과 AI가 지식을 주고받는 최종 통로는 뇌와 직접 연결되는 쪽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뉴럴링크는 올해 6월 26번째 환자에게 칩을 이식했고 자동화 수술과 대량 생산을 예고했다. 호주에서 출발한 싱크론은 혈관을 타고 들어가는 스텐트형 전극으로 개두술 없는 길을 열었다. 중국의 속도는 다른 차원이다. 칭화대와 뉴라클메디컬이 만든 이식형 BCI가 지난 3월 국가약품감독관리국 승인을 받았고, 8월 1일에는 BCI 표준을 포함한 국가표준 488건이 한꺼번에 시행됐다. 승인과 표준과 취업 사례가 같은 해에 나란히 놓였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국내 최초의 BCI 전문 학회인 한국BCI학회가 창립대회를 연 것이 2026년이다. 연구자와 병원, 기업을 모으는 구심점이 이제야 생겼다. 정부는 K문샷 12개 과제에 BCI를 넣고 2030년까지 5년간 6000억원을 배정했다. 늦었지만 방향은 옳다. 남은 문제는 이 돈이 논문 편수로 소진될지, 환자와 시장에까지 닿을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지난 6월 전기 신호와 빛 신호를 한 칩에서 함께 읽는 탐침을 국제 학술지 표지 논문으로 내놨다. 머리카락 굵기의 탐침 13개에 전극 416개를 심었다. 비침습 뇌파 기기와 전자약 분야에도 국내 기업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흩어진 성과를 환자에게 닿는 하나의 사슬로 꿰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서둘러야 한다.

첫째, 임상 통로다. 이식형 BCI는 두개골을 여는 수술을 전제로 한다. 병원과 기업이 함께 쓰는 규제 샌드박스와 혁신의료기기 심사 트랙이 없으면 국내 환자 1호는 나오지 않는다.

둘째, 신경 데이터의 법적 지위다. 뇌 신호는 지문이나 홍채와 다르다. 의도와 감정과 병력이 함께 흘러나온다. 칠레는 헌법에, 미국 일부 주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신경 데이터를 이미 써넣었다. 우리 법은 아직 공백이다.

셋째, 표준이다. 중국이 표준 488건을 한날에 시행한 것은 자국 기업의 인증 시계를 앞당기려는 계산이다. 국제 표준 논의 테이블에 한국 좌석이 과연 이 분야에서 존재하는지부터 검토해 봐야 한다.

BCI는 마비 환자의 손과 말을 대신하는 기술로 출발했지만, 인간이 기계와 대화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 불모지에 가깝다. 불모지에 씨를 뿌리는 일은 늦을수록 비싸진다.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면, 표준과 규제와 현장실험이 함께 움직인 나라가 미래를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