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영의 셀프 입시]⑮에너지공학으로 가는 생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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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영 이투스에듀 센터장

1. 에너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에너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에너지는 형태가 바뀌고, 자리를 옮기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얼마나 새어 나간다. 에너지공학은 그 새어 나가는 몫을 붙잡는 학문이다. 따라서 이 전공의 생기부에 필요한 것은 열정의 크기가 아니다. 손실을 측정하고, 그 원인을 끝까지 따지는 습관이다. 태양이 뜨겁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이 하나 있고, 같은 패널의 각도를 바꿔가며 전류를 재보는 또 다른 학생이 있다면, 대학은 뒤의 학생에 주목할 것이다.

2. '환경을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의 함정

에너지 계열 생기부에는 비슷한 활동이 반복된다. 기후위기 캠페인, 분리수거 실천, 신재생에너지 소개 발표. 물론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합격한 학생들의 활동은 결이 달랐다.

한 학생은 신재생에너지를 다루는 기업을 견학하던 중, 에너지를 안전하게 공급받지 못해 위험한 방식으로 불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학생이 멈춘 지점이 중요하다. 안타깝다는 감상에 머물지 않고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쏟아지는 에너지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 뒤 이 학생은 태양전지를 직접 구해 교실 베란다와 기숙사 옥상을 옮겨 다니며 전류를 쟀고, 학교 안에서 발전에 가장 적합한 자리를 표시한 지도를 손수 만들었다.

한편, 또 다른 합격생은 1학년에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처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2학년에는 태양광과 연료전지로, 3학년에는 원자력의 양면성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진로가 흔들린 것이 아니라, 질문이 커진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공학은 기후를 염려하는 학생보다 에너지의 생산, 저장, 분배를 숫자로 다룰 준비가 된 학생을 뽑는다.

3. 3년의 성장 서사, 질문에서 시스템까지

1) 1학년: 교과서 밖으로 한 발

한 합격생은 물리 시간에 선생님이 “이 공식은 현실에서 정확히 맞지 않는다”고 지나가듯 말한 대목을 붙들었다. 왜 맞지 않는지 스스로 알아보니 변압기 내부 금속에서 생기는 맴돌이 전류가 원인이었다. 여기까지는 온라인 검색으로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학생은 금속 종류를 바꿔가며, 손실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친구들과 직접 재봤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당황했다. 그리고 코일 자체의 손실과 히스테리시스 손실이라는 변수를 뒤늦게 배웠다.

2) 2학년: 수식이라는 척추

에너지공학의 뼈대는 열역학이고, 열역학의 언어는 수학이다. 이 지점에서 무너지는 학생이 많다. 인상 깊은 사례가 있다. 한 학생은 물리에서 배운 엔트로피로 스스로 변형 문제를 만들었다가, 자기가 만든 문제를 풀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어떤 참고서에서도 답이 없었다. 그래서 아직 배우지 않은 화학 과목의 엔트로피 단원을 친구에게 배워 두 권을 나란히 펴놓고 공통점을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언어로는 끝내 설명이 안 되자 수식으로 넘어갔고, 그 과정에서 편미분과 전미분을 스스로 익혔다.

3) 3학년: 장치에서 시스템으로

3학년이 되면 시야가 한 단계 넓어져야 한다. 한 학생은 재생에너지가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에 주목해, 생산과 저장, 배분을 조절하는 지능형 체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고3이 되면서 인공지능의 원리로 이어졌다.

이처럼 “에너지공학자가 되겠습니다”는 단순한 희망이다. 대학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형용사형 정체성이다. “에너지 접근성을 다루는” 공학자인가, “저장 기술을 다루는” 공학자인가, “계통 운영을 다루는” 공학자인가를 3학년이 되면서 고민해 보자.

4. 상담실의 장면들, 원포인트 컨설팅

“실험이 실패했는데 이걸 써도 되나요?”

대답은 늘 같다. 써야 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실패의 원인을 스스로 짚어냈고, 그다음 설계를 바꿨다는 두 문장이 반드시 따라붙어야 한다. 실제로 야외에서 태양전지 실험을 하던 한 학생은 구름 때문에 발전량이 출렁이는 바람에 데이터를 망쳤다. 이 학생은 실험을 접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전류를 연속 측정해 평균을 취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실패한 실험은 흠결이 아니다. 변인 통제를 배운 증거다.

“물리와 화학 중에 뭘 버려야 할까요?”

에너지 계열 지망생이 자주 흔들리는 대목이다. 시간표는 늘 모자라고 과목은 늘 넘친다. 나의 답은 단순하다. 버리지 말고 합치라는 것이다. 물리의 열역학과 화학의 반응 에너지는 유사한 개념이다. 두 과목을 나란히 놓고 같은 개념을 대조해 본 기록 하나가, 두 과목을 따로따로 우수하게 이수한 기록보다 강하다. 만약 특정 과목을 끝내 이수하지 못했다면 그 공백은 탐구 보고서나 세특에서 메우면 된다. 대학은 완벽한 시간표가 아니라 현실적 대응의 논리를 본다.

5. 미래 생기부 디자인, 미리 써보는 합격의 문장

여러분이 에너지공학 지망생이라면 3년 뒤 자기 기록에 이런 문장이 남기를 권한다.

'발전 효율을 좌우하는 변수를 스스로 설정하고, 조건을 바꿔가며 반복 측정해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임.'

'특정 에너지원의 장점과 사회적 갈등 요인을 함께 검토해 자기 견해를 근거와 함께 정리함.' (필자의 예상 기재이며, 생기부 원문 인용이 아님)

6. 결론: 새어 나가는 몫을 붙잡는 사람

오늘 교실 창가에 쏟아지는 햇빛의 양을 궁금해했다면, 그 궁금증을 그냥 넘기지 말자. 각도를 바꿔보고, 값을 적어두고, 왜 예상과 다른지 물어보자. 그러한 습관이 결국 여러분을 에너지의 손실을 붙잡는 공학자로 자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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