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제조 현장의 의사결정과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가운데, 국가 경제의 심장인 산업단지 역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단순히 똑똑한 공장을 만드는 혁신을 넘어, 글로벌 탄소 규제라는 거대한 파고까지 동시에 넘어야 하는 생존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거센 변화의 최전선에 선 박성길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 산단AI·에너지본부장은 산단이 직면한 복합적인 시대적 과제를 '제조 인공지능 전환(AX)'과 '그린 전환(GX)'이라는 두 축의 융합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본부장은 “AX와 GX는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K산단 대전환을 위한 통합된 뼈대”라며 “AX가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 재도약을 이끈다면, GX는 재생에너지와 효율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생산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산단의 제조 AI 전환(M.AX)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AX 실증산단 구축사업'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산단공은 개별 기업 단위의 도입을 넘어 산단 내 주력산업에 맞는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확산하는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경북 구미(반도체), 경북 포항(철강), 충북 청주(반도체 패키징) 등 3곳이 신규 지정되며 AX 실증산단은 총 13개소로 늘어났으며, 오는 2030년까지 25개소로 확대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수요와 공급의 비대칭'을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단순 설명회가 아닌, 수요기업과 수도권의 AI 공급기업이 실제 제조 현장에서 만나 애로사항을 진단하는 현장 밀착형 'M.AX 카라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최근 신설된 'M.AX 표준·인증센터' 역시 중소기업의 AI 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핵심 조직이다. 박 본부장은 “기업별로 다른 제조 인프라와 솔루션에 범용적 표준을 적용해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표준화된 '데이터 플라이휠'이 구축되면 개별 공장이 풀기 힘든 공급망 협업과 품질 개선 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다소비 공간인 산단의 그린 전환(GX)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 과제다. 현재 산단은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의 77%, 온실가스 배출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분산된 개별 기업의 에너지·탄소 대응을 산단 단위의 통합 대응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단공은 산단 태양광 사업을 통한 재생에너지 전주기 지원과 함께, 분산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한 통합발전소(VPP) 구축 사업인 '탄소중립산단 대표모델'을 구미국가산단에서 시작했다. 또 중소기업 친환경 설비 구축 비용을 최대 60%까지 지원하고, 폐기물을 원료로 재활용하는 디지털 자원순환 체계를 울산 미포, 여수, 포항 등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 공정 단위의 탄소배출 데이터를 측정·보고·검증하는 '산단 MRV 플랫폼' 구축을 완료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산단공이 주도하는 AX와 GX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청년이 모이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데 있다. 과거 박 본부장이 인천지역본부장 시절 주도했던 남동국가산단의 '아이-라이팅(I-Lighting)' 프로젝트가 어두운 산단의 밤을 밝혀 청년이 머물고 싶어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물리적 혁신이었다면, 지금의 AX와 GX는 산단의 펀더멘털 자체를 청년 세대의 눈높이와 미래 산업 구조에 맞게 뜯어고치는 본질적 진화다.
박 본부장은 “AX와 GX를 통해 펀더멘털을 혁신하지 않으면 산단의 지속 가능한 생존도,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결코 담보할 수 없다”며 “AX와 GX라는 강력한 산업적 뼈대 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NX)을 파생시키고, 궁극적으로 청년이 스스로 찾아오는 활력 넘치는 산단을 완성하는 것이 K산업단지 대전환의 진정한 목표”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