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54.3%를 기록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국제문화회관(IHJ)은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한국인 1547명과 일본인 1552명 등 총 30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3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대해 호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답한 한국인은 54.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52.4%)보다 1.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대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응답자는 38.5%였다.
한국인의 대일 인식은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2020년 12.3%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며 6년 만에 42.0%포인트 상승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지난해 24.8%에서 올해 35.3%로 10.5%포인트 증가했다.
역사 문제를 양국 협력의 선결 과제로 보는 시각도 이전보다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가 해결돼야 미래 협력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34.1%였고, '협력을 지속하다 보면 역사 문제도 점차 풀릴 것'이라는 의견은 42.2%로 더 많았다. 안보 분야에서도 현재보다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 한국인은 47.9%로 지난해(42.9%)보다 늘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는 여행과 소비, 음식, 대중문화 등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에 호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친절하고 질서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66.9%)가 가장 많이 꼽혔고, '먹거리와 쇼핑, 관광의 매력'(43.9%)이 뒤를 이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러한 변화가 양국 정상의 조합 속에서도 나타났다는 점이다. 대일 강경 발언으로 알려진 이재명 대통령과 자민당 내 대표적인 보수 성향 인사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기존 인식대로라면 충돌 가능성이 큰 조합으로 평가됐지만, 셔틀외교를 이어가며 관계를 다지는 과정에서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도 함께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 개인에 대한 한국인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렸다. '좋지 않은 인상'이라는 응답은 43.7%로 '좋은 인상'(29.0%)보다 높아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역대 일본 총리들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달라졌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기간 한국인의 호감도는 1~4% 수준에 머물렀고, 이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3.1%),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18.4%),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32.5%)를 거치며 꾸준히 상승했다.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계승자를 자처했던 다카이치 총리 역시 호감도 27.3%를 기록해 이시바 전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취임 이후 과거사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셔틀외교에 집중하는 등 실용적인 외교 행보가 기존 강경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을 일부 완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확인됐다. 강경한 대일 기조로 인식됐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일본인의 응답은 29.6%로, 지난해 39.2%보다 크게 감소했다.
손열 EAI 석좌연구위원은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모두 강경한 이미지와 실용주의적 면모가 공존하는 인물”이라며 “이 같은 복합적인 이미지가 상대국 정상에 대한 인식 개선 속도를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