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내 LFP 배터리 재활용 규제, 왜 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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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신차 출시 확대, 보조금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올해 전기차 보급량이 약 25만대에 이르면 연말 누적 등록 대수는 12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전기차 시장의 '캐즘'도 예상보다 짧아질 수 있다.

전기차 확산은 생산 인력 구조와 부품산업, 전력 공급, 정비 체계, 충전 인프라 등 자동차 산업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 특히 배터리 생산부터 최종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따져야 한다. 전기차가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수단이라면 사용 후 배터리의 회수와 재사용·재활용 역시 친환경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기 때문이다. 운행 중 배출가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차종에 따라 수백㎏이 탑재된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 차량 전체 중량도 증가한다. 차량이 무거워질수록 타이어 마모와 도로 손상 우려가 커지고, 폐차 단계에서 대형·중량 배터리를 회수하고 처리하는 부담도 늘어난다.

현재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과 니켈(Nickel)·코발트(Cobalt)·망간(Manganese)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NCM 계열 등이 주류를 이룬다.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열적 안정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NCM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등 유가금속을 포함해 재활용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LFP는 회수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낮아 재활용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밀도를 보완하기 위해 셀투팩(Cell-to-Pack) 등 고집적 구조가 적용된다. 다만 일부 배터리팩은 셀을 접착제로 고정하거나 일체형으로 설계해 해체와 소재 분리 공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운행 단계에서 확보한 공간 효율성이 폐기 단계에서는 재활용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규정을 통해 생산자에게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회수와 처리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배터리를 시장에 공급한 생산자가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무상으로 회수하고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제조부터 전기차 운행·폐차, 사용 후 배터리의 재제조·재사용·재활용까지 관리하는 전주기 이력관리 체계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배터리 화학계와 재활용 난이도에 따른 비용 부담, 생산자와 소비자의 책임 범위는 보다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2026년 6월 기준 국내 등록 전기차는 110만대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LFP 배터리 탑재 차량의 비중을 15%, 차량당 배터리 무게를 400㎏으로 가정하면 향후 처리 대상 물량은 약 6만6000톤에 이른다. 이는 가정에 따른 단순 산술이지만,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사용 후 배터리 처리 부담이 커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책임 체계 마련을 더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고 배터리 종류와 용량, 재활용 가능성을 반영한 부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재활용 경제성이 낮은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별도의 환경 부담을 지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전기차 구매와 운행 과정에서 각종 혜택을 받는 만큼 폐차 이후 발생하는 환경 비용에도 일정한 책임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도로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산·사용·폐기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을 책임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정부가 더는 '검토 중'이라는 말에 머물지 말고 사용 후 배터리의 회수와 재활용 책임 체계에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김필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pskim@daeli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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