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공시는 이미 시작됐다…선도기업들은 보고서가 아니라 데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 ESG 공시 로드맵 발표…기업 준비의 기준은 '2027년 데이터'

정부는 지난 8일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8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후 5조 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공시는 사업보고서에 포함되므로 실질적인 준비 기준은 2028년이 아니라 2027년 회계연도 데이터다.
따라서 기업은 2027년부터 ESG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사업보고서 작성과 외부감사 등이 집중되는 2028년 1분기에 데이터 수집 체계나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려 한다면 이미 늦을 수 있다.
선도기업들은 이미 '공시'가 아닌 '데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ESG 공시를 수년간 수행한 기업들은 ESG를 IR이나 재무부서의 부수 업무로 운영하지 않는다. ESG 전략, 공급망 ESG, 온실가스 회계, 데이터 관리와 보고서 작성 등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전문성을 축적한다.
또한 실제 공시 전에 중대성 평가, 공급망 진단, 온실가스 인벤토리, 사회·거버넌스 지표 수집 등을 최소 1년 이상 시범 운영하며 데이터 누락과 부서 간 협업 문제를 사전에 점검한다. 정부도 산업별 KSSB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공시 실무 관행을 형성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시스템 자체보다 연결법인의 데이터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공시 범위, 법인별 담당자, 산정 기준, 제출 일정과 검증 절차를 본사와 연결법인 간에 사전에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도기업들은 공시 이전부터 연결법인별 ESG 협업 담당자를 지정하고, 공시 지표와 데이터 기준을 확정하며, 제출·승인 절차와 사용자 교육까지 포함한 운영체계를 설계한다. ESG 공시는 단순한 IT 구축이 아니라 조직과 프로세스를 함께 정비하는 변화관리 프로젝트에 가깝다.
ESG 관리 범위도 본사를 넘어 공급망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협력사 ESG 데이터와 Scope3 온실가스를 통합 관리하고, 공급망 평가·온실가스·ESG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담당자가 직접 활용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축적된 ESG 데이터는 ERP, 구매, SCM 등 내부 시스템과 연계돼 공급망 리스크 분석과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된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의 AX 전략과도 연결되며, ESG 데이터는 공시 자료를 넘어 새로운 경영 데이터 자산으로 발전하고 있다.
ESG 통합 대응 글로벌 플랫폼을 제공하는 아이이에스지(i-ESG)는 최근 전 세계에서 발간된 1,400여 건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샘플로 EAV 데이터 모델 기반 분석을 수행하며 글로벌 ESG 공시 데이터 구조와 지표 체계를 연구하고 있다.
박용준 아이이에스지 데이터총괄이사는 “분석 결과를 보면 환경 분야는 정량 데이터 축적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사회, 특히 거버넌스 분야는 지표 정의부터 데이터 수집 체계, 공시 기준까지 여전히 많은 준비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정부 발표 이후 ESG 대응 전략 수립부터 연결공시 체계 설계, 공시 지표 정의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의 솔루션 활용 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은 '어떤 ESG 솔루션이 가장 좋은가'가 아니라 '우리 회사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