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특유의 가속 시 이질감과 정차할 때 발생하는 울컥거림은 전기차 대중화의 숨은 걸림돌로 꼽힌다.
하지만, BMW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 기반 순수 전기 SAV '더 뉴 BMW iX3'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차체를 잡아주는 지능형 제어 기술 덕분에 전기차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내연기관차 고유의 정교하고 안락한 주행 질감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와 인근 도로에서 더 뉴 BMW iX3를 시승, 브랜드의 오랜 철학인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이 고도화된 디지털 신경망을 통해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폈다.
운전석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계기판이 통째로 사라진 매끈한 풍경이었다. 스티어링 휠 뒤편이 비워진 덕분에 전방 시야가 시원하게 트였다. 계기판의 빈자리는 앞 유리 하단 전체를 띠 형태로 가로지르는 'BMW 파노라믹 비전'이 채웠다.

운전 중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아도 주행 정보가 전면 유리에 선명하게 투사돼 눈의 피로가 적었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운전석 방향으로 17.5도 기울어져 있어, 컵홀더에 음료를 꽂아둔 상태에서도 손을 멀리 뻗지 않고 자연스럽게 터치 조작이 가능했다.
차체 위에 워셔액을 담은 플라스틱 컵을 올린 채 진행한 주행 안정성 테스트는 인상적이었다. 600㎖ 컵에 450㎖의 액체를 채우고 핸들을 좌우로 강하게 꺾는 슬라럼 코스를 돌았음에도, 차량은 좀처럼 균형을 잃지 않았다. 급격한 유턴을 마친 뒤 확인한 컵 안의 액체는 단 한 방울도 넘치지 않았다. 관성에 의해 운전자의 몸은 비틀거릴지언정, 차체만큼은 노면을 단단히 누르며 수평을 유지했다.
이어진 서킷 주행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최고 출력 469마력, 최대 토크 65.8㎏·m의 강력한 힘이 쏟아져 나왔다. 몸이 뒤로 쏠리기보다는 차체가 도로에 밀착되며 묵직하고 매끄럽게 속도를 올려나갔다. 한계치에 가까운 고속 코너링에서도 하체가 단단히 받쳐주며 매끄러운 궤적을 그려냈다.
고속 주행 중 급제동 시에도 일상 제동의 약 98%를 마찰 브레이크 없이 정교한 회생 제동으로 처리했다. 정차 순간의 충격을 상쇄하는 독자적인 '소프트 스톱' 기능이 작동해 전기차 특유의 피칭(앞뒤 흔들림)이 전혀 없는 안락함을 선사했다.

에어 서스펜션이나 후륜 조향 시스템 등 별도의 물리적 장치 없이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를 구현한 비결은 차량의 핵심 두뇌인 4개의 고성능 슈퍼컴퓨터 '슈퍼브레인'에 있다. 특히 주행 역학을 총괄하는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가 0.001초 단위로 구동력과 제동, 차체 안정화를 통합 제어하며 극상의 역동성을 완성했다.
자동주차 기능 역시 완성도가 높았다. 좁은 주차 공간에 진입해 중앙 디스플레이의 파킹 어시스턴트 메뉴를 터치하자, 주변 환경과 인접 차량을 정밀하게 탐색하기 시작했다. 후진 기어가 맞물리는 순간 스티어링 휠이 살아 움직이듯 빠르게 회전하며 차체를 안정적으로 밀어 넣었다.
어라운드뷰 카메라와 후방 카메라는 주변 간격과 예상 궤적을 초록색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안내했다. 양옆에 다른 차량들이 주차된 까다로운 공간이었음에도 주저함 없이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며 정중앙 주차선 안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를 안착시켰다. 초보 운전자는 물론 숙련자도 감탄할 만큼 기계적 이질감이 없는 완벽한 실력이었다.

더 뉴 BMW iX3의 가장 뛰어난 지점은 효율성이다. 여기에는 반세기 동안 쌓아 올린 BMW의 전동화 유산과 비약적으로 진화한 6세대 BMW eDrive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새로 도입된 원통형 셀 고전압 배터리는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기존 대비 20% 향상됐다. 113.4㎾h 용량의 배터리를 바탕으로 WLTP 기준 최대 805㎞, 국내 인증 기준으로는 최대 611㎞의 주행거리를 실현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원통형 배터리의 발열 문제 역시 양면 액체 냉각 구조를 채택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열 관리 시스템으로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더 뉴 BMW iX3는 단순한 제로백 수치 경쟁을 넘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정교한 주행 감동과 효율성, 차체 안정성을 타협 없이 완성해 냈다. BMW가 제시하는 차세대 프리미엄 모빌리티의 방향성은 이미 명확해 보인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