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제도화한 디지털제품여권(DPP)이 국제표준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EU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정보 제공을 넘어 국가별·산업별 DPP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 체계와 공통 원칙을 맞추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포장재 DPP 플랫폼을 개발하고 가전·자동차부품 제조현장에 실증하는 등 글로벌 DPP 데이터 체계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14일 DPP 개요와 기본원칙을 다루는 'ISO/IEC 25534-2'를 신규 국제표준 개발과제로 승인했다. 올해 신설된 DPP 전담 위원회 JTC 5에서 관련 표준을 개발한다.
EU가 제도화한 DPP가 글로벌 공급망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본지 8월 18일자 1면·4면 참조〉
DPP는 제품 하나에 원재료와 부품 구성, 환경 특성, 수리·유지보수 방법, 재사용·재활용 정보 등을 연결한 디지털 기록이다. 국내 가전업체가 냉장고 DPP를 구축하려면 제품과 부품 식별정보부터 소재, 탄소배출량, 압축기와 제어기판 등 주요 부품 정보, 수리·재활용 이력까지 공급망 곳곳에서 데이터를 받아야 한다.
국제표준화 작업은 세계 각국과 개별 산업 단위로 추진되는 DPP가 상호 연계될 수 있도록 공통 데이터 체계와 원칙을 마련하는 절차다. 향후 국제표준에 어떤 데이터 체계와 식별·접근 방식이 반영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제조사의 규제 대응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도 DPP 국제표준 개발 과정에 직접 대응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을 중심으로 다음달 예정된 국제투표 문서에 대한 국내 검토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ISO에 따르면 현재 JTC 5에는 33개국이 정회원으로, 15개국이 옵저버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전 등 제조품의 포장재 공급망 데이터를 표준화해 DPP 통합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DPP 국제표준이라는 큰 틀에 부합하면서도 포장재 등 세부 분야에서는 관련 데이터 규격과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가전과 자동차부품 제조현장에 우선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별 DPP 대응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배터리와 자동차 분야는 제품·부품 이력을 실제 공급망에서 연계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가전·전자 업계 역시 부품과 소재, 수리·소프트웨어 지원 등 제품 생애주기 정보를 공급망 데이터와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별로 구축되는 DPP를 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공통 데이터 체계가 필수다. ISO가 설명자료에서 DPP 대응을 “제품설계와 구매, 제조, IT, 지속가능성, 규제 대응, 판매·수리까지 기업 전반의 데이터 체계를 연결하는 작업”으로 명시했을 정도로 방향성도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처럼 다수 부품과 소재 공급업체가 얽힌 산업일수록 초기 단계부터 동일한 데이터 규격을 적용해야 향후 국가별 DPP 제도 확대에 따른 중복 대응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