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은 9일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정치적 판단이 산업 논리를 앞섰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수십 년간 운영될 반도체 생산기지의 입지를 결정하면서 생산 여건보다 정치적 셈법이 우선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반도체·AI첨단산업특별위원회와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 Part 1. 전력' 토론회에서 “불과 두 달 전 이 자리에서 SK 최태원 회장이 호남 반도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특별한 변화가 없었음에도 대통령이 나서 800조원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급하게 추진하다가 국가적 사업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반도체는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이라며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인프라 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만큼 이를 뒷받침할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기업이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렵다”며 “지역별 인프라와 산업 역량에 맞는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최태원 회장이 '호남에 전력이 남는다고 해서 왜 반도체 공장을 그곳에 지어야 하느냐'고 말한 것이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 정치와 엮여서는 안 되며 산업 발전은 철저히 기업의 판단과 결정에 맡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먼저 지역을 공언하고 기업이 뒤따라가는 모양새”라며 “대통령 지지율과 전당대회 일정 등을 종합하면 정략적 결정이자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판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잘 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라며 “정치권이 힘을 모아 모든 측면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입지 선정 절차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경기 한국반도체공학회 수석부회장은 정부가 서남권 입지를 먼저 확정한 뒤 전력과 용수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톱다운' 방식을 택했다며 절차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서남권 결정은 성급했다. 입지 선정의 순서가 역전됐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5년 정권의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 100년을 좌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남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용수·인력 등 필수 조건에 대한 공학적 검증 없이 정치 일정에 맞춰 입지가 결정된 절차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