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는 국내 전자금융 제도를 뒤흔들었다. 당시 1조원대 판매대금이 묶이며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가 확산되자 정부와 국회는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고 판매대금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하지만 정작 사태의 원인이었던 이커머스 판매대금 정산 구조 개선은 아직 시행 여부가 불확실하다. 금융 분야는 제도 정비가 상당 부분 마무리됐지만, 유통 분야는 여전히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티메프 사태는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금을 플랫폼이 장기간 보유한 뒤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판매대금을 외부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것이 재발 방지의 핵심이라고 제시했다.

◇PG 정산자금 100% 외부관리 의무화…전자금융 규제 대폭 강화
티메프 사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건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 정산자금 관리 체계다. 사태 당시엔 PG사가 판매자 정산이나 이용자 환불을 위해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자금을 별도로 관리해야 할 의무가 명확하지 않았다. 정산대금이 사업자 고유자금과 섞일 경우, 유동성 위기가 판매자·소비자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제도적 허점으로 지적됐다.
이를 겨냥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2월 공포됐다. 실제 시행은 공포 1년 뒤인 2026년 12월 17일부터다. 핵심은 PG사가 정산자금을 신탁·예치·지급보증보험 가입 등의 방식으로 외부에 맡기도록 한 것이다. 외부관리 비율은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시행 첫해엔 60% 이상, 다음 해엔 80% 이상을 외부관리하고, 시행 2년 뒤부터 100% 외부관리가 의무화된다. 신탁·보증보험 자금을 직접 운용할 때도 국채·지방채·특수채 등 안전자산 중심으로 운용해야 하며, 이를 어기고 정산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쓰면 법 위반이다.
법 시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금융당국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올해 1월 'PG업자 정산자금 외부관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PG업계는 현재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산자금 산정 방식과 외부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중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보관 방식 변경을 넘어 전자금융업자 감독 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 PG사의 자본금 요건이 상향됐고, 대주주가 바뀔 경우 15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변경등록을 하는 의무도 신설했다. 정산자금 외부관리 현황과 정산주기, 선불충전금 별도관리 현황 등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결제수수료 공시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티메프 사태 직후 전문가들이 지적한 '미정산대금 보호장치 부재' 문제는 전자금융 영역에서는 법 시행과 함께 상당 부분 보완될 전망이다. 법이 예정대로 자리를 잡으면 PG사가 보유한 정산자금은 회사 재무상태와 분리돼 관리되고, 외부기관을 통한 감시도 가능해진다.

◇이커머스 정산은 아직…규제 공백 속 유사 '티메프 사태' 반복
하지만 전자금융업자를 중심으로 법 사각지대는 해소했으나, 티메프 사태의 핵심이었던 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매대금 정산 구조는 2년이 지난 현재도 해결되지 않았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판매대금을 장기간 보유할 수 있었던 플랫폼 정산 구조에 있다. 당시 티몬·위메프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운영되면서 대규모유통업법상 정산기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과도하게 오래 보유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4년 10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자' 범위에 포함시켜, 구매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 정산하고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하도록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제정안으로 국회에 발의됐으나 여전히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산주기를 3일에서 30일까지 제각각 담은 여러 개정안이 여야에서 경쟁적으로 발의된 데다, 규율 방식도 대규모유통업법과 온라인플랫폼법 사이에서 합의되지 않고 있다.
법 공백 사이에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5년 3월에는 명품 플랫폼 '발란'이 입점업체 정산금을 미루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발란은 판매자가 정산주기를 7일·15일·30일 중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자로 규율하는 법이 없어 정산기한 준수 의무나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 자체가 적용되지 않았다. 공정위가 나서도 직접 개입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
2025년 12월에는 자기관리 챌린지 앱 '파트타임스터디'가 파산 절차를 밟았다. 이용자가 보증금을 걸고 미션을 수행해 상금을 받는 구조다. 파산 신청 직후 보증금·상금 지급이 중단됐고, 결국 피해 수습은 플랫폼이 아니라 PG사와 카드사·간편결제사가 떠안았다. 전자금융업 규제를 받지 않는 사업자가 다수 소비자 자금을 장기간 보유해도 예치·신탁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정산 리스크가 결제사로 전가되는 티메프식 구조가 되풀이된 셈이다.
결제업계 관계자는 “PG사가 갖고 있는 리스크도 분명 있었기 때문에 티메프 사태 이후 감독 강화가 된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본질은 이커머스 기업의 대금 지급에서 법적 의무화가 없는 게 핵심인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 국회, 업계 등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