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풍자는 모욕”…'사상검열' 튀르키예, 코미디언까지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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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의를 앞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튀르키예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자와 야당 운동가, 코미디언 등을 잇달아 체포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 안보와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야권과 인권단체는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탄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최근 기자 2명과 수십 명의 야당 운동가를 테러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또 대통령과 정치권을 풍자하는 공연으로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데니즈 괴크타슈도 '대통령 모욕'과 '증오 및 적대감 조장' 혐의로 구금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7~8일 수도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실시된 대대적인 보안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나토 32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정상회의를 앞두고 앙카라 전역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주요 도로를 통제했다. 지난주에는 시민 약 200명을 테러리스트 혐의로 구금했으며, 이 가운데 은퇴한 환경운동가 36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인 튀르키예 공산당(TKP)은 앙카라 중심부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지만 당 간부를 포함한 당원 100여명이 경찰에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논란은 코미디언 괴크타슈의 체포다. 그의 90분 분량 공연 영상은 유튜브 공개 열흘 만에 조회수 1천10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공연에서는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을 거침없이 풍자했으며, 검찰은 시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괴크타슈는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을 모욕하거나 종교적 가치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으며 정치 풍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튀르키예에서는 대통령 모욕이 형사처벌 대상이며 최대 징역 4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논란은 지난해에도 불거졌다. 풍자 잡지 '레만'은 중동 전쟁을 다룬 만화를 게재했다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당국은 만화가와 편집인 등 잡지사 관계자들을 체포해 '증오와 적대감 조장'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잡지사는 해당 만화가 선지자가 아닌 전쟁 희생자를 표현한 것이었다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미디언 체포와 풍자 잡지 사건이 모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전 이스탄불 시장도 지난해부터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야권 탄압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튀르키예 정부는 사회 질서 유지와 국가 안보, 종교적 가치 보호를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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