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아시아의 심장, 대한민국에 UN본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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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

유엔(UN)본부는 현재 미국의 뉴욕, 스위스의 제네바, 오스트리아의 빈, 그리고 케냐의 나이로비를 포함해 총 4곳에 있다. 아직 아시아에는 없다. 이제 다섯 번째로 대한민국에 유엔본부가 들어서야 할 때다.

전 세계에서 아시아 비중을 보자. 아시아에는 선진국뿐만이 아니라 중진국, 신흥국, 개발도상국 등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또 하나의 지구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구 면에서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에 육박하고 있다. 또 전 세계 경제(GDP)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높은 경제성장률 및 잠재 성장 측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유엔에 가입된 전 세계 190여개 국가 중에서 아시아는 무려 50여개국에 달한다.

이 거대한 아시아의 중심에서 가장 극적인 발전의 역사를 써 내려온 국가가 어디인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은 불과 60~70년 전만 하더라도 아프리카의 가나, 필리핀보다도 가난했던 최빈국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에서 10위권의 경제국으로 발돋움했으며, 30-50(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클럽에 일곱 번째로 가입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나라다. 또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국가'로 변모한 유일무이한 국가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갖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전 세계 90여개국에 보건, 교통, 교육 등 다양한 원조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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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유엔본부

◇ 유엔과 인연…본부 유치해야

대한민국은 개도국의 어머니이자 선진국의 위상을 지닌 국가로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을 보자. 2026 북중미월드컵의 개막과 폐막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이재, 리사, 방탄소년단(BTS)으로 구성되면서 K팝이 석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팝뿐만이 아니라 K드라마, K 무비, K푸드에 지구촌이 들썩이며,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전 세계가 '코리아'를 주목하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와 더불어 유엔과 대한민국의 인연은 매우 각별하다. 유엔은 1945년 10월 24일에 창설되었는데, 유엔 창설 이래 처음으로 유엔기를 앞세우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유엔의 기본 정신에 따라 16개국이 전투 병력을 파견하고, 5개국의 의료지원단이 참가한 것은 유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유엔군과 우리 국군의 형언할 수 없는 고귀한 희생 속에서 대한민국은 '자유'를 수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엔군 사망자 숫자만 해도 4만여명이다. 외국 청년들이 이역만리인 이곳 대한민국에서 희생하며, 꽃다운 청춘을 바친 것이다. 부산에 가면 세계 유일의 유엔 기념 묘지인 '유엔 기념 공원'이 있는데, 이곳에는 세계평화와 자유의 대의를 위해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이 잠들어 있다. 대한민국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감사의 상징이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은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며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이었으며, 밴플리트 장군은 미8군 사령관으로 외아들과 함께 참전하였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은 실종됐다. 실종 소식에 참모들은 “밴 플리트 주니어를 찾자”라고 건의 했지만, 밴 플리트 장군은 “내 아들을 찾는 것보다 다른 작전이 중요하다”라며 수색 작업을 중단시켰다. 여러분이 밴 플리트 장군이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재미교포인 '김영옥' 미국 육군 대령은 2차 세계대전 참전 후 전역했음에도, 6·25전쟁이 발발하자 '부모님의 나라를 구하겠다'라며 미군 예비역으로 자원입대했다.

또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다부동 전투'(경상북도 칠곡)에서 한 장군이 간절히 외쳤다. “여기서 밀리면 대한민국은 끝난다. 물러설 수 없다”라며 다부동 방어를 총지휘하며, 온갖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하고 북한군의 대공세를 마침내 저지하고, 낙동강을 사수한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백선엽' 장군이다. 백선엽 장군은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면서 병사들을 독려했으며, 백 장군이 이끄는 제1사단은 전원이 죽음을 각오하며 결사 항전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러한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다. 어찌 우리가 이러한 헌신과 희생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대한민국에 유엔본부가 들어선다는 것은 단순한 국제기구 유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희생한 국제사회의 헌신에 대한 가장 상징적인 감사의 표현이 될 수 있다. 또 전쟁과 빈곤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이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을 위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기여도, 지정학적 중요성, 그리고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은 아시아 유엔 본부 유치를 논의할 충분한 자격과 명분을 갖추고 있다.

유엔본부 유치는 국가 브랜드와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인재의 집결,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제회의 및 관광산업 활성화, 미래세대의 국제 감각 함양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세계시민 의식과 국제사회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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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위령탑

◇한국전쟁 76주년…'유엔의 날' 공휴일화

이와 함께 우리가 반드시 다시 생각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유엔의 날' 공휴일 재지정이다. 10월 24일 유엔의 날은 1945년 유엔 창설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한민국에서는 1950년부터 1975년까지 공휴일로 지정됐으며, 대통령이 직접 기념사를 발표할 정도로 국가적 위상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법정기념일로만 남아 있을 뿐 국민적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 많은 국민들이 유엔의 날이 언제인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가능하게 했던 국제사회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일은 단순한 역사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품격과 직결된 문제다. 그러하기에 이제 유엔의 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하고, 기념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도리'가 아닐까.

어린이들에게도 이러한 부분은 중요하다. 최근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겸 부영그룹 회장이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 전도사로 나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 시무식에서 “유엔군의 희생으로 오늘날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존재하게 되었기에, 유엔 참전 국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유엔 데이를 공휴일로 재지정하자”고 말했다.

올해로 벌써 유엔 창설 81주년이자 한국전쟁 발발 76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 대한민국은 과거의 은혜를 기억하는 나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정신을 미래세대에 계승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유엔본부를 유치하자. 그리고 유엔의 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 하나는 미래를 향한 국가 비전이며, 다른 하나는 과거를 향한 국가적 감사다.

유엔본부 유치는 세계평화를 향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약속이고, 유엔의 날 공휴일 재지정은 자유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도리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유엔의 도움으로 살아난 나라가 이제는 세계평화의 중심 역할을 자임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에 대한 가장 의미 있는 완성이며, 세계가 대한민국에 기대하는 새로운 책임일 것이다.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 hong.daesoon@kw.ac.kr

〈필자〉경영전략가이자 경영사상가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아서디리틀 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이화여대 교수 및 광운대 경영대학원장을 지냈다. 대통령실,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 과기부 자문위원을 맡은바 있다. 유네스코 자문위원이자 공학한림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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