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책임의 부재

한국 축구가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진표 호재를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대중은 대회 전부터 논란이 된 홍명보 전 감독 선임에 원인을 찾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밀실 논의와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팬들의 신뢰를 흔들었고, 월드컵 탈락으로 이어졌다는 시선이다.

이번 사태는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누가 이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인지, 그리고 같은 실패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다. 비판은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전 감독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특정 개인이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와 견제 시스템까지 함께 돌아봐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대표 한 사람이 물러난다. 정책이 실패하면 장관이 교체된다. 정작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누가 찬성했고 누가 검증했는지, 시스템은 무엇을 놓쳤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다.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 양당 대표를 둘러싼 책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은 자의적 판단으로 '사실상' 성공을 부르짖고 있다.

권한과 책임은 함께 가야 한다. 권한을 행사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순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실패는 반복되고, 신뢰는 무너진다. 건강한 조직은 실패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다. 실패를 기록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책임을 분명히 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고쳐 나가는 조직이다.

월드컵은 끝났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진정으로 치러야 할 경기는 이제부터다.

정치권도 다르지 않다. 국민은 언제나 최선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실패했을 때 권한을 가진 사람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고, 조직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바꾸는 모습이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것은 승리가 아니라, 책임지는 문화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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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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