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106〉가상자산, 미래를 위해서는 신속한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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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가상자산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양극단을 오간다. 필자부터도 그렇다. 한 편으로 생각하면 투기와 사기의 온상같기도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새로운 금융과 가치 창출의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건전하고 경쟁력 있게 성장하지 못하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 전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위기의 순간은 이미 성큼 다가와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작지 않다. 2024년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약 107조7000억원, 일평균 거래 규모는 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량은 많지만 규제환경, 기술과 서비스, 해외 진출 역량이 부족하다면 한국은 그저 외국에서 만들어진 자산을 사고파는 소비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

거래소는 단순한 매매 장소가 아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 투자자가 어떤 정보를 접하는지,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동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디지털 금융의 관문이다. 신뢰할 만한 거래소는 프로젝트의 기술력과 사업성, 운영 주체의 투명성,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시장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거래 기록과 자산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이상 거래와 불법 자금의 이동을 차단하는 역할도 맡는다. 결국 거래소의 성장은 거래량 증가만을 뜻하지 않는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금융 인프라의 고도화를 함께 의미한다.

블록체인은 거래비용을 줄이고 데이터의 위·변조를 어렵게 하며, 다양한 산업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평가받아 왔다. 이미 10여년의 시간 동안 그러한 잠재력은 어느 정도 입증되어 왔다. 거래소가 성장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거래소의 수익은 거래 수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관련 분석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수익의 약 98%가 거래 수익이고, 기타 수익은 2% 수준에 그친다. 거래량이 줄거나 시장이 침체되면 거래소 실적도 즉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거래소의 수입은 수수료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 거래소가 보유한 이용자 기반과 보안 기술, 자산 관리 역량,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하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 투자자에게는 가상자산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영 수수료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지갑과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면 거래소가 기관용 지갑, 자산 관리, 거래 집행 시스템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기업 간 정산, 해외 송금, 콘텐츠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거래 수수료 이외에 결제·보관·환전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 분야는 금융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에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준비금과 투명한 공시,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전제로 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금융정보분석원(FIU)의 2025년 상반기 조사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17개 거래소의 거래 가능 이용자는 1077만명으로, 2024년 말 970만명보다 11%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민 다섯명 중 한 명이 투자하는 자산이라는 중요성에 비해, 우리의 대처는 너무도 늦다. 그러므로 규제환경 개선과 과감한 정책비전 제시,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관련 법안의 통과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은 더 투명해지고, 더 활성화 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는 사이, 우리의 부(富)는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진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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