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의 AI 시대와 한국의 선택] 〈8·끝〉거대한 신기루를 넘어: 대한민국 AX 생존을 위한 최종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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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데이톤 대표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패러다임이 거대한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다. 기술의 화려함과 모델의 크기를 과시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던 초거대언어모델(LLM) 무한 경쟁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시장은 자율적으로 과업을 판단하고 끝까지 완수하는 '에이전트 AI(Agentic AI)' 및 가상공간을 벗어나 현실의 물리 세계와 직접 결합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중심의 지극히 실용주의적인 시대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압도적인 자본력과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무기로 95%의 범용 플랫폼 허브를 이미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승산 없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라는 소모전에 계속 매달리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최근 정부가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민·관 역량을 총동원한 독자적 AI 생태계 조성과 전 산업의 AI 전환(AX)을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거대한 신기루에 불과한 범용 플랫폼 추격을 과감히 멈추고,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첨단 제조 현장의 버티컬 영역에서 0.1%의 핵심기술과 고신뢰 산업용 에이전트를 선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거센 폭풍을 뚫고 자립적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최종 방정식은 다음 3가지 핵심 실행 결단에 달려 있다.

△독자적 '산업 온톨로지' 구축 및 무결점 고신뢰 에이전트 선점

AI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전 산업 AX의 핵심 기둥은 산업 현장 데이터의 가치 자산화에 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화학, 방산 등 대한민국 대표 제조 현장에서 매 순간 쏟아지는 공정 센서 신호, 3D CAD 정밀 도면, 장비 제어 로그 등 정형·비정형 이종(異種) 데이터를 지식 그래프 구조(Ontology)로 계층화 및 표준화해야 한다. 나아가 미세한 환각(Hallucination)이나 시스템 오류가 치명적인 인명 피해 및 공정 중단으로 직결되는 방산, 의료,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무결점 고신뢰 하이브리드 에이전트'를 조기에 이식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나 중국산 초저가 오픈소스 솔루션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기술적 진입장벽이자 독보적인 품질 자산이 될 것이다.

△피지컬 AI(Physical AI) 육성과 서비스화(Servitization) 패키징 전환

AI의 종착지는 가상의 모니터 속 챗봇이나 요약 엔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하드웨어 제어 루프와 초고성능 실리콘 칩 내부로 AI 알고리즘을 임베디드해 물리적 장비를 실시간 제어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의 강점인 첨단 하드웨어 제품을 수출할 때, 전 수명 주기에 걸쳐 실시간 품질 진단과 효율 최적화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독자적 AI 에이전트를 구독형 솔루션 형태로 결합하는 서비스화(Servitization)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목표로 하는 글로벌 AI 3대 강국(G3) 도약을 현실화할 고부가가치 수출 모델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오프그리드(Off-Grid) 자립형 전력망 체계와 물리 실증 규제 혁신

정부의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및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가와트(GW)급 전력 부족과 송전망 건설 지연이라는 냉혹한 물리적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 중앙집중식 전력 망상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부지 내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춘 '오프그리드 자립형 데이터센터' 도입을 법제화하고, 발전 지역 중심의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LMP)'를 과감히 확대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상 시뮬레이터에서 검증된 피지컬 AI 시스템을 실제 중공업 공장, 화학 플랜트, 자율주행 도로 등 고위험 리얼월드 현장에 법적 불확실성 없이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물리 실증 규제 샌드박스' 특례 및 면책권을 파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약 4억7000만년 전 고생대 생명체가 데이터의 바다를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육지로 올라서며 대진화를 이루었듯, AI 역시 물리 세계라는 거대한 육지로 상륙하는 결정적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수십 년간 피땀 흘려 구축해 놓은 첨단 정밀 제조업이라는 실체적 '몸통' 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고신뢰 'AI 두뇌'를 결합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정부의 거시적 정책 지원과 민간 현장의 정밀한 기술 혁신 역량이 하나로 결합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강대국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낡은 행정적 규제와 인프라의 족쇄를 과감히 끊어내고, 초고신뢰 AI 아키텍처를 우리의 하이테크 하드웨어 공정에 완벽히 융합해내는 것. 그것만이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 3개 강국으로의 진입과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바로 서는 가장 효과적인 자립 방정식이다.

김동현 데이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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